지난달 29일 대구 북구에서 열린 동충하초 사업 설명회에는 총 27명이 참석했다. 이 중 26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됐으며, 단 1명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유일하게 바이러스 감염을 피한 정규진(63·경북 상주)씨는 15일 본지 통화에서 ″당시 설명회를 들으며 KF94 마스크를 내내 쓰고 있었고, 참석자들이 모여 수박을 먹을 땐 자리를 피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정씨는 지난 3일, 5일, 11일 등 3차례에 걸쳐 받은 코로나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킨 노력이 감염을 막은 것이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북구의 한 빌딩 지하 1층에서 열렸던 동충하초 설명회에는 대구를 비롯해 경북, 충북, 경남 등 5개 시군에서 50~80대 주민 27명이 참가했다. 동충하초의 효능과 수익성 등에 관한 내용이 주제였다. 설명회는 100㎡(30평) 공간에서 3시간 정도 진행됐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참석자 대부분은 들어올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설명회 후반 질문 답변 시간에는 상당수가 마스크를 벗었다. 1m 이상 거리 두기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고 지하 공간이라 환기도 잘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설명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벗고 커피와 수박 등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방역 당국은 이때 비말이 튀며 집단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가자 27명 중 26명이 감염된 이 설명회에서 정씨는 핵심 방역 수칙을 철저히 따랐다. 정씨는 상주의 50대 후배, 충북 청주의 60대 지인과 함께 차를 타고 설명회 장소로 출발했다. 출발 전부터 쓰기 시작한 KF94 마스크를 귀가할 때까지 벗지 않았다. 설명회가 열리는 지하실에 들어서는 순간 근처에 있던 손 소독제를 발랐고, 질문 답변 시간에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대화할 때는 1층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웠다. 1분여 짧은 흡연 시간이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은 순간이었다. 설명회에 함께 참석한 지인이 1층으로 올라와 수박을 먹자고 권했지만 정씨는 거절했다. 정씨는 “창문이 없는 지하실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고 수박을 먹는다는 게 위험해 보였다”면서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리면 남한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지하실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인데도 KF94 마스크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 정씨는 “나부터 방역이 확실한 마스크를 써야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기에는 한 사람이라도 덜 걸리고, 남한테 피해 주지 말자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