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광도서가 24~29일 영광도서 8층 리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하계열 유화 그림 최대전'을 찾은 시민들이 그림 감상을 하고 있다. /영광도서

일광(기장군)의 추억, 백양산, 기다리는 사람들(송도해변)….

일제 강점에서 광복을 맞은 1945년 생으로 6·25 전쟁, 월남전 참전, 산업화, 민주화, 공무원, 민선 구청장 등을 거쳐 팔순을 2년 남긴 나이의 인물이 그림으로 포착한 세상은 어떨까?

부산 영광도서는 24~29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 리갤러리에서 ‘하계열 유화 그림 초대전’을 열고 있다. ‘하계열’은 2018년 3선 구청장을 지내고 은퇴한 하계열(78) 전 부산진구청장이다. 영광도서 측은 “영광도서의 ‘부산미래유산’ 선정을 기념해 이번 초대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회에는 일광, 백양산, 송도, 언양 등 부산과 근교의 풍광을 비롯, 산·섬·나무·꽃 등을 소재로 한 크고 작은 유화 70점이 선보이고 있다.

‘바위산’, ‘여름 바위산’, ‘해거름 바위산’ 등 말없이 세월을 견뎌낸 묵직한 산과 돌을 표현한 작품들이 있고, 여름·가을·겨울 숲의 모습을 그린 ‘당신을 기다림’이란 연작들도 있다. 이 연작 중 탄생, 시작인 ‘봄’은 없다. 기다림의 미학은 초년이 아니라 중년, 장년, 노년의 것이기 때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산과 돌의 그림들은 전쟁의 참화, 산업화·민주화 시대 고단함을 이를 악물고 살아낸 아버지·할아버지 세대의 어깨를 담고 있다. 대신 ‘봄’은 ‘돌담 너머(유채꽃)’, ‘제주 봄바다’, ‘행복의 씨앗’ 등의 그림들에 실렸다. 하 전 구청장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80년 가까운 동안 격동, 격랑의 세월을 살면서 길어낸 통찰, 감정을 주변의 사물과 풍경을 통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하 전 구청장은 70세 이후 시집 2권을 냈고, 그림 개인전도 작년에 이어 올해 2번째 열었다. 그는 “예전 학창 시절에 미술부를 하면서 그려본 경험들을 되살려 4년 전쯤 그림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화가인 셈이다. 하 전 구청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해병대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관선 구청장까지 오른 뒤 민선 구청장에 도전, 3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