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통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영춘, 박인영, 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김해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이어 26일 가덕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일부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선 “정부와 국회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무리한 탈원전으로 막대한 손실과 국론 분열을 가져온 ‘제2의 월성 원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관련 법률 31개를 ‘프리 패스’ 하게 만든 특별법의 위법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장은 26일 “김해 신공항의 일방적 폐기와 가덕도 특별법 제정은 심각한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검찰 수사를 받고 에너지기본계획조차 무시한 탈원전 정책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그는 “김해 신공항 백지화와 특별법 입법에 가담한 관련자들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해 신공항은 대선 직전인 2017년 4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법적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이 사업 중단을 요구하자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수립을 멈췄고,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총리실이 ‘검증‘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최근 김해 신공항 백지화의 위법 여부와 관련해 정식 감사 착수를 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18일 공익 감사를 청구한 대구 시민단체에 통지문을 보내 “서면 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추후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국무조정실이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백지화’ 결론을 위해 편향된 정보를 주고 법령 해석을 왜곡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조실이 ‘김해 신공항은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내기 위해 작년 5월, 9월 법제처를 압박한 과정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법제처 유권 해석을 근거로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했지만, 법제처는 ‘부산시와 협의 방법‘을 묻는 국토부의 후속 유권해석 요구엔 3개월째 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가 당초 알려진 7조~11조원을 뛰어넘는 최대 28조6000억원의 공사비를 전망하면서, 예산 낭비 우려도 커졌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예산 낭비 책임을 묻는 ‘국민 손해 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보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앞서 경기도 용인 주민들이 무리한 경전철 사업을 벌인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엔 경상북도가 현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이날 대구시의회는 가덕도 특별법 통과 직후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특별법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서홍명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집행위원장은 “2015년 영남권 5개 지자체의 합의로 최종 결정된 김해 신공항을 정부가 일방 무산시켜 심각한 국론 분열과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고 했다. 김해 신공항은 2016년 6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에서 1000점 만점에 818점을 받았지만, 당시 581점(활주로를 2개 만들 경우)을 받은 가덕도 신공항에 뒤집혔다는 것이다.

가덕도 특별법이 적법 절차와 평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논란도 있다. 가덕도 특별법은 혈세 낭비를 막을 안전 장치인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건너뛸 뿐만 아니라, 각종 법률에 따른 인·허가 절차도 ‘프리 패스’ 하도록 했다. 예외가 적용되는 법률은 군사시설보호법, 물환경보전법, 하천법, 대기환경보전법, 항만법 등 모두 31가지에 달한다. 가덕도 일대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국방부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 심의위원회’ 심의도 건너뛸 수 있게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제 정치권은 5000만이 낸 혈세를 특정 지역에 쏟아붓는 각종 공항과 도로에 대한 특별법 제정 요구를 무슨 근거로 막을 셈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