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산림청이 발표한 ‘늙은 나무’ 대규모 벌목 및 30억 그루 ‘어린나무’ 심기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자 산림청은 “현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 때 벌채량, 벌채 면적이 더 많았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무리한 벌목은 전 정부 때 더 심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현 정부에 유리한 통계만 골라 쓴, 통계 왜곡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지난 16일 ‘30억 그루 어린나무 심기’와 관련해 13쪽에 이르는 설명 자료를 내고, 다음 날에는 최병암 산림청장이 직접 브리핑도 열었다. 산림청은 이 자료에서 “현 정부 들어 연평균 벌채 면적과 목재 수확량은 지난 정부보다 오히려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연평균 벌채량 805만5000㎥가 문재인 정부 들어 571만3000㎥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탄소 중립’을 위해 오래된 나무를 베겠다는 정책이 비판받자,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박근혜 정부’를 끌어와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본지가 산림청의 임업통계연보 등을 확인해보니, 산림청이 주로 자신에 유리한 자료만 언론에 공개하고 불리한 자료는 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4년(2013~2016년) 동안 가지치기, 솎아베기 등 우량한 숲을 키우기 위한 숲 가꾸기를 통해 발생한 벌채량은 총 1528만㎥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2017~2020년)에선 이 숲 가꾸기 벌채량이 493만㎥로 박근혜 정부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숲 전체를 사실상 싹 쓸어버려 환경 파괴 논란이 제기된 ‘모두베기’의 벌채량은 현 정부가 8%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현 정부가 숲 가꾸기를 줄이면서 모두베기를 늘린 것은 산림을 잘 보전하고 키우려는 노력이 전 정부보다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숲 가꾸기와 모두베기 벌채량 같은 질적인 통계 자료는 발표하지 않고 단순히 “전 정부 때 벌채량이 더 많았다”고만 설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숲 가꾸기가 급감한 것은 정권 교체 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예산 전문가는 “2017년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가 정부 역점 사업을 확대하느라 산림청이 올린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산림청은 ‘나무’와 ‘숲’의 탄소 흡수 기능에 대해선 “나무 하나하나의 흡수량이 아닌 산림 전체의 탄소 흡수량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림청은 “한 그루당 9.2㎏의 탄소를 흡수한 50년생 소나무의 경우, ㏊(헥타르)당 평균적으로 732그루밖에 남아있지 않아 전체 탄소 흡수량은 6.7톤(t)”이라는 자료를 냈다. “5㎏의 탄소를 흡수하는 20년생 소나무는 ㏊당 2030그루나 남아있어 총 10.1t으로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애초 수령 40~50년 숲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어린나무가 탄소 흡수량이 더 많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런데 ‘오래된 나무가 탄소 흡수가 더 많다’는 세계 각국의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개개의 나무 흡수량이 아닌 숲 전체를 봐야 한다’는 새로운 논리를 들고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현실 왜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숲 전체에는 나무뿐 아니라 흙과 낙엽 퇴적물, 자연 발생한 작은 나무와 식물 등이 어우러져서 함께 탄소를 흡수한다”며 “20년생 소나무 숲이 50년생 소나무 숲보다 탄소 흡수량이 더 많다는 산림청 계산에는 토양 등의 탄소 흡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불합리한 계산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토양과 낙엽에 대한 탄소량은 장기간 토양 데이터가 확보되기 시작하는 내년 이후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