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29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300여 개 환경·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위기 비상행동(비상행동) 관계자들이 석탄발전소 폐기 등 정부의 구체적인 탄소 중립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 제로는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200년 지탱해온 화석 에너지 중심의 경제 구조를 뿌리부터 바꾸는 작업이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78%를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가 맡고 있다. 발전 분야에서만 전 세계에서 연간 이산화탄소 135억t(2020년 기준)이 배출되고, 석유화학·제철 등 산업 부문(85억t), 휘발유·경유를 연료로 쓰는 수송 부문(72억t)에서도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지난 13일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 성명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로드맵을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IEA는 지난달 ‘2050 탄소 중립 로드맵’을 내놨다.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늘려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고, 차세대 배터리와 탄소포집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205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태양광·풍력이 날씨에 좌우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2040년까지 석탄 발전소 폐쇄해야”

IEA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을 2020년 대비 각각 20배, 11배 늘리자고 제안했다. 그럴 경우 태양광·풍력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은 현재 9%에서 2050년 68%로 올라간다. IEA는 “당장 올해부터 탄소 배출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고 2030년 선진국에서, 2040년엔 전 세계에서 석탄·석유발전소를 폐쇄하자”고 했다. ‘탈(脫)탄소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송·난방·산업 등 전 분야에서 화석 연료 대신 전기화(化)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예컨대 2030년부터 모든 신규 건축물에 열교환식 전기 히트 펌프를 적용해 냉난방에 쓰이는 LNG(액화천연가스) 퇴출을 추진하고,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해 2050년 전 세계 대부분 도로에서 전기차와 연료전지차가 다니게 하자는 것이다.

IEA는 원전을 통한 에너지 공급은 2020년 5%에서 2050년 11%로 2배 이상 늘려 잡았다. 24시간 높은 효율을 유지하는 원전이 태양광·풍력 발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IEA는 “원전의 역할을 급격히 축소하면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탄소 제로 목표 달성에 실패할 위험도 커진다”고 했다.

화석연료 사용 중단만으로는 부족하다. IEA는 공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뽑아내기, 탄소포집·저장 같은 기술을 발전시켜 2050년엔 7.6Gt(기가톤)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해야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2% 수준이다.

◇우리 정부 ‘2030년 목표 설정’ 발등의 불

우리 정부도 작년 10월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을 했다. 그런데 그보다는 당장 10년 앞으로 다가온 2030년 목표 설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세계 각국은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전에 2030년까지 자국의 탄소 감축 방안을 내야 한다. 파리협정은 5년마다 각국이 온실 가스 감축 목표(NDC)를 스스로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한국은 11월까지 “2030년 NDC를 상향 제출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상태다. 현재 감축 목표는 2017년 대비 온실가스 24.4% 감축인데 이보다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훈 선임연구위원은 “관건은 향후 10년 안에 성과를 내서 ‘1.5도 기온 상승’ 경로를 지켜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동안 EU·미국·일본 등의 감축 목표 상향 노력을 감안할 때 우리도 2030년에 달성 가능한 최대 목표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