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2050년엔 사실상 ‘무(無)탄소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좁은 국토에 이런 목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격한 에너지 전환에 직면한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기준 총발전량은 1235.3테라와트시(TWh)로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급증한다. 그동안 발전소·공장·자동차에 사용해온 석탄·석유 연료를 신재생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전기화(化)’에 따른 변화다. 이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 현재 2~3%에 불과한 태양광·풍력 비율이 60.9%(총 752.3TWh) 수준으로 급증한다. 정부가 2050년 태양광·풍력 발전량 규모를 제시한 건 처음이다.
◇500GW 태양광·풍력 설비 필요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발전량을 감당하려면 2050년 기준 태양광은 450기가와트(GW) 내외, 풍력은 50GW 안팎 등 총 500GW에 달하는 설비가 필요할 전망이다. 앞으로 30년간 현재 태양광·풍력 설비 용량(17.6GW)과 비슷한 규모인 16.6GW씩 반복해서 늘려야 달성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한 해 늘어난 태양광·풍력 설비(4.3GW)와 비교하면 110여배로 증가하는 것이다. 국토 면적이 우리의 98배인 미국이 작년 한 해 늘린 태양광 설비가 19GW였다.
이번에 정부는 농업진흥지역 외 지역과 건물 옥상의 30%에 달하는 면적에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농지와 도시 건물 등 눈에 보이는 곳마다 태양광을 깔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시나리오는 “향후 전력 수요가 추가로 확대될 경우에는 태양광·풍력 300m 이격거리 축소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단기간에 탄소 배출을 확 낮출 수 있는 방법은 태양광·풍력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력 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상 조건에 취약한 재생에너지의 약점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7~8월) 피크 시간대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한 비율은 평균 1%대였다. 역대 가장 긴 장마 탓에 태양광 발전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 설비가 늘어났지만, 여름철 냉방 등 전력 수요가 늘 때 전력 공급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50년 전기·수소차가 76%
수송·산업·건물 등 분야에서 기업들 부담은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3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 가운데 하나인 철강 산업을 무탄소로 만들기 위해 코크스를 통한 철광석 환원 공정을 100% 수소 환원 제철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고로(高爐)는 모두 전기로로 전환한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이 이 공법을 쓰려면 공정 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조원의 비용은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정부는 2050년 전기·수소차 점유율을 76% 이상으로 확대하고, 나머지 차량은 바이오 디젤 등 이른바 ‘탄소중립연료’로 운행하기로 했다. 탄소중립연료는 아직 상용화 단계를 마치지 않아 현 기술 수준에서 기존 연료 대비 3~7배 높은 생산 비용이 발생, 대체 연료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얼마나 빨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으로 탄소중립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의 경쟁을 촉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무르익지 않은 기술도 많고 더 기대되는 기술도 많다”며 “탄소중립 유망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줘 자발적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