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0년 동안 국내 온실가스 배출을 99% 줄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순(純) 배출량은 2018년 7억2760만t에서 2050년 750만t으로 줄어든다. 100분의 1 수준이다. “지금까지 나온 세계 각국의 탄소 감축 방안보다 강도와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정부가 제시한 부문별 탄소 감축 계획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산업 부문에선 2018년 2억6050만t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 4310만t으로 83.5% 줄인다는 계획이다. 수송 부문에선 도로 위 자동차 10대 중 7대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바꿔 탄소를 98% 감축한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전력 부문은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재편해 배출량을 2억6960만t에서 3120만t으로 88%가량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건물 부문의 경우 2030년부턴 500㎡ 이상 모든 신규 건축물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는 건물 어딘가에 태양광·지열·연료 전지 패널을 달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방안을 총동원해도 2050년 한 해 탄소가 1억1660만t 배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산림 등 이산화탄소 흡수원과 포집(捕執)·저장 기술로 1억910만t을 상쇄하겠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상쇄량 가운데 8500만t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이 맡는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대륙붕이나 심해(深海) 퇴적층에 영구적으로 가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반도 주변 해저 지층에 3000만t, 북한과 한·중·일 공동 수역 등에 3000만t을 저장하겠다”고 했다.
◇상용화 수십 년… “현실성 의문”
정부 계획은 2050년까지 기술 혁신을 전제로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섣불리 ‘희망 회로'를 돌리기엔 시기상조”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탄소 중립 성패를 좌우할 CCUS는 아직 상용화가 안 된 데다, 막대한 설비 비용도 해결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CCUS로 흡수·재활용한다고 밝힌 8500만t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산림·습지 관리 등 국토 전체의 자연을 총동원해 흡수할 수 있는 양이 2410만t인데, 이보다 3배 넘는 탄소를 아직 확보되지 않은 기술로 잡아두겠다고 했다. 2050년 전력 생산 중 10%인 124TWh(테라와트시)를 맡을 수소가스 터빈과 암모니아 발전 등 신(新) 무탄소 전원도 업계에서는 상용화까지 최소 5~20년을 내다보고 있다.
◇2030 목표, 다음 정부 폭탄 되나
정부는 5년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파리협정에 따라 2017년 배출량(7억914만t) 대비 24.4%를 2030년까지 감축하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올 11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전에는 이보다 목표치를 더 올린 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2018년 배출량(7억2760만t) 대비 37.5% 감축안을 거론하고 있다. 여당 쪽에선 “2030년 NDC를 40~50%로 올리겠다”는 말이 나온다. 각국이 한번 제시한 목표는 나중에 여건이 변해도 다시 낮출 수 없도록 돼 있다.
현재 목표는 2030년까지 매년 1730만t씩 줄이는 것인데, 목표가 한꺼번에 상향 조정될 경우 이전 대비 연간 1000만~1100만t을 더 줄여야 한다. 제조업 비율이 높은 우리로선 산업계 등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후 문제 전문가인 정태용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기후 악당’ 오명을 쓴 건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번번이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제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목표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