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낙동강 보(洑)의 수문을 열어 보의 평균 수위가 작년보다 낮아졌지만 녹조(綠潮) 현상은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개월 전까지 “녹조 현상을 개선하려면 보를 개방해야 한다”고 했던 정부는 보 수문을 열어도 상황이 악화하자 이번엔 ‘높아진 수온’과 ‘짧은 장마’를 원인으로 꼽았다. 녹조 현상이 보 개방 여부보다 수온·수량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29일 낙동강 녹조 현황을 조사한 환경부의 ‘녹조대응 T/F 내부 회의’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8개 보의 올해 ‘유해남조류 수치’는 물 1mL당 1795~2만4476개(cell)로 작년(0~146)보다 크게 나빠졌다. 특히 보 개방이 이루어진 구미보는 667배, 달성보는 37배, 합천창녕보는 18배 증가했다. 환경부는 이 자료에서 녹조 현상이 악화한 원인을 ‘수온’과 ‘강수량’ 때문으로 명시했다.

자료=대구지방환경청

환경부는 “낙동강은 6월 3주부터 표층 수온이 25도 이상 유지됐으며,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으로 유해 남조류가 증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7월 2주의 경우 150~180mm 수준의 강우로 전 지점에서 유해남조류가 감소했으나, ‘짧은 장마’로 7월 4주부터 중류를 중심으로 유해남조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했다. 낙동강 평균 수온은 작년(23.2도)보다 6도가량 높아진 29.4도로 조사됐다.

낙동강의 경우 여름철(6~9월) 유해남조류 수치가 2019년 2만1329에서 지난해 4158으로 크게 낮아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최대 2만4476까지 높아진 것이다.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7월 1일부터 8월 24일까지 낙동강 전체 보의 평균 수위는 20.14m였다. 올해는 같은 기간 19.4m로 0.74m 더 낮았다. 작년 말 기준 낙동강 보 가운데 ‘완전 개방’ 일수가 83일로 가장 많았던 합천창녕보의 경우 이달 들어 유해남조류 수치가 18만8054로 가장 나쁘게 집계됐다. 이곳의 평균 수위는 올해가 9.35m로, 작년(10.06m)보다 더 낮았다. 비가 작년보다 적게 내린 데다, 보 수문을 계속 열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여름 녹조 현상과 관련해 “현재 낙동강의 대부분 구간은 집중 강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유해남조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으면 녹조 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분석은 지금까지 “보 개방이 녹조 감소의 원인”이라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올 4월 개방을 단행한 4대강 11개 보에 대한 3년 6개월(2017년 6월~2020년 12월)간의 관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예년(2013~2017년) 대비 2019년과 2020년 녹조가 크게 감소한 이유를 보 개방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2019~2020년에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여름철 농부들이 뿌리는 비료의 주 성분인 인과 질소가 강으로 흘러들어가 일종의 먹이 역할을 하며 녹조 피해 규모를 키우는 것인데, 이를 희석시켜줄 장마가 올해 짧다 보니 녹조가 더 심해진 것”이라며 “짧은 장마 탓에 물을 가둬두지 않고는 농업·산업용수 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어려운 만큼 환경부 입장에선 시민단체의 보 개방 압박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