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태양광 모듈 중 1000억원가량이 국내 설치 기록에서 사라졌다는 본지 보도<11월 23일 자 A1면>와 관련, 수입 당사자인 회사 측이 “‘미집계 물량이 해외에 판매됐거나 국내 창고 등에 보관 중’이라는 당사의 답변은 사실 확인 결과 잘못된 내용으로 파악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회사는 본지 보도에 대해 22일 “문제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으나 보도 하루 만에 중국산 모듈의 용처(用處)와 관련한 자사 설명이 잘못됐음을 밝힌 것이다. 정부 기관은 중국산 모듈의 국내 설치 여부 등에 대한 사실 파악에 나섰다.
중국산 태양광을 대량 수입한 현대에너지솔루션의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2019~2020년 수입한 중국산 모듈의 판매 정보 등을 정확하게 파악 중”이라며 “(국내 수입된 중국산 모듈을 해외로 수출했다는 등)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본지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에게 받은 에너지공단·관세청 자료와 전자공시시스템(DART) 분석을 통해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작년 중국에서 수입한 완성 모듈 중 1000억원(약 360㎿)에 달하는 물량이 한국에너지공단 신고 내역에서 누락된 부분을 확인하고, 지난 19일부터 현대에너지솔루션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현대에너지솔루션 측은 22일 “작년 국내에 설치된 중국산 모듈 물량은 에너지 공단에 등록된 79.15㎿가 맞는다”면서 “신고되지 않은 나머지 물량 가운데 150㎿는 유럽·호주 등에 수출됐고, 국내 창고에 50~60㎿, 해외 창고에 80~90㎿ 물량이 보관돼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DART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산 모듈을 수입하지 않는 미국을 제외하고 이 업체가 ‘미국 외 국가’에 지난해 수출한 금액은 538억원(약 125㎿)에 그쳤다. 수출 가능 물량과 실제 수출량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이 업체는 이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럽과 호주 등에 150㎿를 수출했다”는 당초 설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뒤늦게 알려온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작년에 구입한 중국산 모듈 중 290㎿가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공단에 등록된 79㎿ 외에 다른 사명(社名)으로 127㎿가 등록됐고, 54㎿는 2021년 판매분으로 이월, 30㎿는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업체 측이 알려왔다”고 했다. 다만 창고 보관 여부 등에 대해선 “(산업부가) 직접 확인하진 않았다”고 했다.
국내 태양광 기업은 이번 경우처럼 중국산 모듈 완성품을 들여오기도 하지만, 완성 전 단계인 셀(태양전지)을 중국에서 들여와 조립만 해 ‘국산’으로 팔기도 한다. 정부가 전북 군산시 새만금 일대에 짓고 있는 300㎿(메가와트)급 육상 태양광발전소는 투입되는 셀의 75%가 중국산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이 중국에 잠식당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그 수혜는 우리 기업이 아니라 중국에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