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최근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감사와 관련해 ‘초기 감사가 부실했고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고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대표적 무리수로 꼽히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감사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2019~2020년 진행한 월성 1호기 감사를 ‘감사원의 성과’로 보고했다고 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말만 성과지 사실상 ‘원전 감사 반성문’이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업무 보고에서 “월성 1호기 초기(1차) 조사가 미진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2019년 10월 당시 국회의 요구로 이 감사에 착수했을 때 감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물증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이 감사가 진행 중이던 그해 12월 1일 산업부 공무원들은 월성 1호기 폐쇄와 관련한 내부 문건 444건을 무더기 삭제했다. 나중에 일부 복구된 파일에서 ‘북한 원전 건설 방안’ 문건 등이 나왔지만 120건은 끝내 복구되지 않았다. 당시 관가에선 “감사원이 미적거리는 사이 핵심 증거가 다 날아갔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감사원은 인수위 보고에서 “원전 감사가 2020년 4월 초 감사위원회에 회부됐다가 보류되고 이후 보강 조사(2차 조사)가 진행, 감사 처리가 지연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던 친여(親與) 감사위원들의 반발로 이 사건은 최종 의결되지 않고 보강 조사 결정이 났다. 이를 두고 감사원 안팎에서 “감사 결과가 (2020년) 4·15 총선 직전에 발표되는 걸 막기 위한 꼼수” “정치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020년 총선 직후 이 사건 감사 실무 책임자를 유병호 국장으로 교체하면서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했다. 감사원의 초기 감사 실패와 친여 감사위원들의 조직적 반발이 ‘정권에 순치된 결과’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감사원이 2년 뒤 인수위 보고를 통해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