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사장이 인제대 교수 시절 수공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하면서 특정 결론을 내기 위해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가공, 결과적으로 수공에 큰 손해를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국회사진기자단

18일 수공에 따르면, 2006년 1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수공은 홍수 예방과 경북 내륙 용수 공급을 위해 경북 청송군 성덕댐을 ‘성덕다목적댐’으로 증축하기로 했다. 사업비는 2371억원. 이 중 댐에서 내보낸 물을 끌어다 다른 지역으로 보낼 ‘취수 시설’ 거점으로 안동 길안천을 낙점했다. 그런데 착공 10년 후인 2016년 7월 한 시민단체가 “길안천에 취수 시설을 만들면 물이 부족해져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안동시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 연구를 박 사장(당시 인제대 교수)과 한경대 백경오 교수,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공동 수주했다. 용역비 5360만원은 안동시가 댔다.

6개월 뒤인 그해 12월 나온 연구 결과는 “물 부족이 심한 길안천에 취수 시설을 만들면 (물 부족이) 더 심해진다”는 결론이었다. 이를 근거로 안동시는 수공에 공사 중단과 취수 시설 원상 복구를 지시했다.

연구에서 관건은 길안천 ‘유출(流出)률’이었다. 유출률은 비가 내린 뒤 증발되거나 땅에 흡수된 양을 빼고 실제 하천을 통해 빠져나가는 물 비율을 뜻한다. 연구진은 길안천의 경우 이 수치가 39.8%라면서 “길안천은 2002~2016년까지 15년 중 8년간 물 부족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공은 길안천 유출률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낮게 계산됐다며 한국수자원학회에 검증을 요청했다. 경북도가 측정한 길안천 유출률은 66%(2012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길안천 본류(本流)인 반변천 유출률을 측정한 결과는 57.9%(2010년) 등으로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수자원학회 측은 연구팀이 2000년대 중후반 관측이 제대로 되지 않아 4년간 ‘결측(缺測·관측값 없음)’으로 돼 있던 날짜의 유량 데이터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이를 일부러 낮게 계산해 결과적으로 길안천 유출률이 낮아졌다고 봤다. 이런 결측일이 15년간 888일에 달하다 보니 전체 유출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사장 등 연구진은 이런 지적에 대해 “보고서에 나온 관측값이 참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관측값은 여러 자료를 참조해 보정한 것”이란 취지로 답했다. 수공이 “데이터를 어떻게 보정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청했으나 납득할 만한 설명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공은 수자원학회 검증을 근거로 안동시 공사 중단 지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내 2017년 8월 승소했으나 이후 안동시가 준공 승인을 해주지 않아 시설 운영은 2020년 12월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을 두고 수공 안팎에서는 4대강 보(洑) 해체를 위해 법적 근거가 없는 수질 항목을 사용해 경제성 평가를 했던 문재인 정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 행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사장은 이 위원회에서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내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본지는 박 사장에게 성덕댐 길안천 취수 시설 연구 보고서 관련 논란에 대해 반론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