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작년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에 지원한 의무공연비보다 2배 이상 큰 금액을 태양광 설치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이 정작 문화재 지원은 뒷전으로 한 채 태양광 사업에 수십억의 예산을 투입한 것이다.
무형문화재 기·예능 전승자는 일 년에 한 번씩 의무공연 격인 ‘공개행사’를 하지 않을 경우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에 문화재청은 전승자 개인에 연 최대 800만원의 공연비를 지급하는데 이 지원금으로는 대관료 및 이수자·전수생에 대한 출연료를 지급하기에도 버겁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18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화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해 소관기관 5곳에 태양광을 설치하며 29억3695만원을 썼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18억6700만원으로 금액이 가장 컸고, 국립무형유산원(7억6400만원), 국립문화재연구원(1억8595만원),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1억1000만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1000만원) 순이었다.
반면 문화재청이 지난해 ‘무형문화재 전승자의 의무공연비 지원사업’으로 전승자에 준 지원금은 12억2800만원에 그쳤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기민요, 서도소리, 가사 등 64개 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전승자 98명은 매년 1회 이상 공개행사를 가져야 한다. 문화재청은 개인 전승자에겐 800만원, 전승단체엔 1200만~3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사이에선 무형문화재 전승(傳承)을 위해선 문화재청 지원금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한 국악계 관계자는 “국악 공연은 보유자를 비롯해 이수자, 전수생 등 수십명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고, 대관료도 보유자 본인이 직접 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의무공연을 올릴 땐 800만원 예산에 맞춰 구색만 갖추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문화재인데도 홀대당한다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한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의 경우 지난 9월 의무공연에 보유자를 비롯해 이수자 26명, 전수생 10명을 출연시키면서 국고 보조금 800만원과 자비 550만원을 더해 1350만원에 공연을 마쳤다. 예산이 모자라다 보니 출연료는 실연자 3명에게만 지급됐고, 제자들 대부분은 돈을 받지 않고 출연했다. 의무공연은 정부가 문화재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를 강제하는 것인데 실상은 보유자에게 비용 상당수를 부담토록 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청은 작년 한 해만 3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태양광 설치에 사용했고, 문재인 정부 5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금액은 41억원까지 늘어난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이 본분을 잊고 문화재가 아닌 태양광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쓰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승수 의원은 “태양광에 들어간 수십억원의 돈은 무형문화재 등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곳으로 갔어야 하는 돈”이라며 “문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늘리기에 급급해 만만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태양광 설치를 강제하다 보니 문화재청이 정작 문화재엔 인색해지는 주객전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