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내 파리바게뜨·파스쿠찌 전 매장이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전부 전환하기로 했다. 내달 2일 제주 전역에서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잎두고 컵 보증금제는 운영하되, 다회용컵으로 바꿔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제주 내 파리바게뜨 51개 매장, 파스쿠찌 20개 매장 등 총 71개 매장에서 오는 12월 2일부터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조처는 제주도 동쪽 작은 섬 우도(牛島)에 있는 카페 11곳이 일회용품 줄이기 차원에서 자발적인 ‘컵 보증금제’를 실시, 하루 수백개의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지난 17일자 본지 보도<’1000원의 마법’… 우도서 일회용컵 사라졌다> 이튿날인 18일 전격 결정됐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맘스터치도 제주 29개 매장에서 앞으로 일회용컵을 쓰지 않고, 재활용이 용이한 캔 등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환경부에 전했다.
제주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하루 765t에서 2020년 1324t으로 10년간 1.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폐기물 발생량 증가분(1.3배)보다 높은 수치다. 플라스틱 쓰레기로만 한정하면 2011년 하루 32t에서 2020년 127t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육상 쓰레기뿐 아니라 해상 쓰레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제주도 해양폐기물 수거량은 2만1489t으로 2019년(1만1760t) 대비 2배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 해양폐기물 수거량(10만6925t) 중 20%가 제주도에서 발생했다.
쓰레기 증가세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섬 전체가 쓰레기 더미에 신음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 따라 제주도는 전국 지자체 중 컵 보증금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결국 다회용 컵 사용 권장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비용 면에서도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재질에 따라 개당 50~200원 수준인데, 다회용 컵은 카페가 컵을 따로 구매할 필요 없이 ‘대여’하는 형태라 세척비만 개당 150원씩 든다. 제주도는 세척비 명목으로 개당 100원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50원짜리 일회용 컵을 쓰던 업장은 기존 일회용 컵을 쓸 때와 가격 차이 없이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200원짜리 생분해 일회용 컵을 쓰던 업장은 오히려 150원씩 이득이 되는 구조다.
정부는 당초 일회용 컵 보증금제(일회용컵을 쓰면 300원을 추가로 내고 반환하면 돌려받는 것)를 지난 6월 전면 시행하려 했다. 그러나 “불편하고 번거로운 반환·수거 과정을 상인들이 다 떠안는 건 부당하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보고 다음 달 제주·세종에서 시범운영을 시작, 정책 부작용 등을 살필 계획이다.
파리바게뜨·파스쿠찌가 자발적으로 ‘다회용컵 보증금제’에 참여하고, 맘스터치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다고 정하면서 이제 제주 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은 453개에서 355개로 줄어들게 됐다. 다회용컵을 쓰거나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쓰지 않기로 하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일회용컵에서 다회용컵으로 바로 전환하는 매장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긍정적 신호”라며 “제도 시행 후 궁극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