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민간 쓰레기 소각장에서만 하루 910t가량의 타지 않는 쓰레기가 소각로에 들어갔다 나오는 바람에 연료 낭비와 소각 처리량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새로 지으려는 소각장 규모(일 1000t)와 맞먹는 양이다. 이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타지 않는 쓰레기를 골라내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현행법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6일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하고 있는 폐기물 성상을 분석한 결과, 소각로 투입량 중 26.7%가 불연물(不燃物)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쓰레기를 소각할 땐 소각로를 850도~1050도 사이로 달구는데, 이 구간에서 타지 않는 폐토사, 폐유리, 폐타일, 폐도자기 등이 전체 소각량의 4분의 1이 넘었다는 것이다. 불연물은 소각로에 들어가도 부피조차 줄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매립장 낭비까지 야기하고 있다고 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가연물과 불연물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은 1999년 폐기물관리법에 ‘위탁받은 폐기물의 운반을 재위탁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삽입된 이후부터다. 당시 폐기물을 처리해주겠다며 돈을 받고 가져간 후 몰래 땅에 묻거나 쌓아두는 불법이 성행하면서 ‘반입된 폐기물을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처리하라’는 규제가 생겼다. 이후 전국 민간 소각장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는 등 감시가 강화되면서 흙을 털어내거나 불연물을 솎아내는 정도도 어려워졌다.
2026년에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공공 소각장을 더 짓거나, 건설·산업폐기물을 처리하던 민간에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줘 처리 용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수도권에는 민간 소각장 24곳이 운영 중이고, 이 중 4곳이 지자체 요청에 따라 생활폐기물 처리를 허가받았다. 이들 24곳의 하루 처리 용량이 3409t인데 불연물로 하루 910t 정도의 소각 용량을 손해보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런 ‘손해 용량’ 문제로 각종 공사 현장에서 폐기물을 보낼 때 불연물 비율이 10%를 초과하면 소각장이 입고를 거부하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작년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폐기물 속 물질이 가연물인지 불연물인지 소각장에서 분리할 수 없도록 한 ‘재위탁 금지’ 조항이 개정되지 않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재위탁 금지 조항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