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해체하려 했던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보(洑)가 극도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중남부 지역 해갈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산강에선 최근 광주광역시 구간에 임시 취수 시설을 설치해 하루 3만t 정도의 수돗물 원수를 공급하고 있다. 금강에선 이달 초부터 20여㎞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 상류로 물을 공급해 충남 서북부의 가뭄 극복을 돕고 있다. 영산강은 승촌보, 죽산보 금강은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가 있어 물을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영산강 승촌보는 최근 가뭄이 닥친 호남 지역에서 물을 잡아두며 농업용수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3월 승촌보의 모습으로 위쪽이 하류, 아래쪽이 상류. /김영근 기자

환경부는 백제보 하류에서 하루 최대 11만5000t의 하천수를 끌어와 충남 서북부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으로 공급하고 있다. 보령댐 가뭄 단계가 ‘관심’으로 올라가며 충남 지역의 물 부족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보 설치의 목적 중 하나는 평소 물을 가득 채워 일정한 수량(水量)을 유지하다가 갈수기처럼 가뭄 피해가 예상되거나 지속될 때 보를 개방해 모아둔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2017년 완전 개방됐던 백제보는 지난해 7월 수문(水門)을 일부 닫도록 하는 부분 개방이 결정됐다. 부분 개방이란 흘러온 강물의 일부는 가두고, 일부는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완전 개방하면 수위가 1.5m 정도에 그칠 정도로 낮아진다. 수위를 2.8m 정도는 유지해야 인근 양수장 7곳 등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문 정부는 보의 완전 개방도 밀어붙였지만 가뭄 대처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뭄에 시달리는 호남, 충청 지역 농민들은 “보가 있어 다행”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6월 금강 공주보의 수문은 인근 농민들의 요청으로 며칠간 닫혔다. 금강 지류인 정안천 상류의 저수지 양·취수장에 물을 공급하려면 보를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수위는 사흘 만에 3.7m에서 7.3m로 높아졌고 농업 용수 부족은 숨통이 트였다.

2021년 대통령 직속 물관리위원회가 완전 개방 결정을 했던 영산강의 광주 승촌보의 경우 현재까지 농업 용수 고갈을 우려한 농민들의 반발로 부분 개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50년 만의 가뭄이 닥친 호남 지역에서 최근 승촌보는 농업 용수 공급원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지역 보의 상황도 비슷하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 가운데 가장 긴 953.5m짜리 낙동강 강정고령보는 현재 5개 취수장과 11개 양수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1978개 지하수 관정이 이곳을 통해 지하수를 뽑아 쓴다.

4대강 보가 가뭄 피해를 예방한 사례는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다. 2018년 8월 충남 예산군 신양면 일대는 폭염으로 농업 용수 부족 현상이 심각했는데, 당시 정부는 22㎞ 떨어진 금강 공주보에서 이 지역 수원인 예당 저수지로 물을 끌어 와 용수로 공급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가뭄과 홍수 피해가 크게 줄어든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1994년 가뭄으로 농경지 피해 면적이 19만ha에 달했다. 그러나 2009~2012년 4대강 사업 이후 2015년 닥친 가뭄 때는 농경지 피해 면적이 1만ha에도 미치지 않았다. 2002년 태풍 루사로 200여 명이 희생되고 5조여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엔 대형 홍수 피해도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4대강 보가 가뭄 해갈과 홍수 조절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며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만든 보를 다시 세금을 들여 없애자고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