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백악관 기후특사가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 국내 탄소중립 정책에서 재생에너지 감축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서한(書翰)을 우리 정부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풍력 생산단가가 저렴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 중인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압박하는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존 케리 대사는 지난달 말 외교부를 통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창양 산업부 장관,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민간위원장 등 국내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는 수장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비공개 서한을 전달했다. 우리 정부가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하기 한 달 전 발송된 것이다.
이 서한에는 한국과 미국이 ‘탄소중립·기후변화 동맹’이며, NDC 달성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재작년 12월 국제사회에 2030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NDC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서한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축소에 대한 우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 들어 전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폐기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이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축소된 것과 관련해 향후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에서 재생에너지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는 땅이 넓고 일조량·일사량, 풍속 등 생산조건이 좋아 생산단가가 싼 미국 등 서방국가에 유리한 정책이다. 우리는 원전에 강점을 갖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장기적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룬 ‘에너지 믹스’가 필요한 상황이라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늘려갈 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발표된 NDC에서 우리 정부는 산업계의 감축분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추가로 확보해야 할 용량 중 400만t가량을 전환(에너지) 부문에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때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돼 작년 4월 일부 개통하겠다던 ‘새만금 수상태양광’(2.1GW) 등이 아직 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대화 채널을 만드는데 최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후변화 동맹으로서 양국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