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장마가 끝나고 폭염(暴炎)의 시간이 돌아왔다. 특히 올해는 ‘수퍼 엘니뇨’가 발달할 것으로 예상돼 폭염과 한밤의 열대야(熱帶夜)는 더 혹독할 전망이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한반도에 닥치는 태풍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남부 지방을 강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여름 엘니뇨가 한반도에 ‘괴물 폭염’과 남부 지방에 ‘초강력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장마전선이 물러나면서 8월부터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넓혀 우리나라 전역을 뒤덮을 예정이다. 변수는 뜨겁게 달궈진 태평양 바닷물이다. ‘엘니뇨’는 태평양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소보다 0.5도 이상 높게 유지되는 현상이다. ‘수퍼 엘니뇨’는 수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는 경우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수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한여름인 8월이 되면 대기 상·하층을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과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각각 장악한다. 낮에는 맑은 하늘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지표를 달구고, 밤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해상의 뜨거운 수증기를 내륙으로 불어 넣는다. 열기가 식을 새가 없는 것이다.
엘니뇨는 전 지구적으로 폭염의 강도를 높인다. 엘니뇨 감시 구역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을 아우른다. 엘니뇨 발달은 태평양 대부분이 뜨거워졌다는 뜻이다. 지구의 70%는 바다다.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이 뜨거워지면 지구 전체의 기온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보통 엘니뇨가 생기면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낮아지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태평양 전체가 뜨거운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추정된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 남부 지방으로 들어오는 고온다습한 수증기의 양이 크게 증가한다. 이번 장마철 남부 지방에 폭우가 집중한 것도 엘리뇨 영향이란 해석이 많다. 한여름 폭염은 햇볕과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이 더해지며 맹위를 떨치기 때문에 올여름은 더 더울 수 있다.
초강력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도 있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태풍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수증기는 태풍의 연료가 된다. 올봄 동남아를 초토화한 ‘수퍼 사이클론’의 경우 내륙을 강타하기 직전 다량의 수증기를 흡수해 덩치를 대폭 키웠다. ‘수퍼 엘니뇨’로 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면 작년 ‘힌남노’ 같은 초강력 태풍이 북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북반구 여러 나라에선 ‘열돔(Heat dome)’ 현상까지 발생해 이상고온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열돔은 공기의 흐름이 엉키면서 뜨거운 공기가 층층이 쌓이는 현상이다. 이런 열돔이 한여름 우리나라 상공에 생기면 폭염 수위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열돔은 보통 공기 흐름이 원활해지면 금세 해소되는 현상이지만, 기후변화 여파로 대기 흐름의 균형이 붕괴하면서 예측하기 어렵게 발생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선 장기간 폭염과 가뭄이, 다른 지역에선 폭우가 내리는 날씨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고 했다. 제트기류는 북위 30~35도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며 지구 전체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온난화로 제트기류에 이상이 생기면서 극한 기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내년 여름이 더 문제일 것이란 관측도 벌써 나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엘니뇨로 인해 내년이 올해보다 더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엘니뇨의 전성기는 11~12월이고 그 여파는 이듬해 여름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16년에도 그 한 해 전에 ‘수퍼 엘니뇨’가 발생했었다.
☞수퍼 엘니뇨(Super El Niño)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 수개월간 지속되는 현상. 엘니뇨 강도는 ‘약’(0.5~0.9도 상승), ‘중’(1~1.4도), ‘강’(1.5도 이상) 등 3단계로 구분한다. 강한 엘니뇨는 이례적이고 전 지구적 파급력이 큰 현상으로, ‘수퍼 엘니뇨’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