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8년 만에 농업용 댐을 다목적댐으로 바꾸는 ‘댐 리모델링’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하고, 4대강 보(洑) 해체를 결정했었다.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여름 막대한 수해(水害)가 발생한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기존 농업용 댐을 이·치수 기능을 갖춘 다목적댐으로 증축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댐을 높여 ‘물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다목적댐과 달리 농업용 댐은 저수 용량이 작아 홍수에 취약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농업용 댐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와 협의해 다목적용으로 바꿀 댐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농업용댐의 저수 용량을 늘려 다목적댐으로 바꾼 사례는 운암댐을 증축한 섬진강댐이 유일하다. 1928년 농업용수 공급용으로 만들어진 높이 33m의 운암댐을 1965년 당시 건설부가 수력발전까지 가능하도록 높이 64m, 길이 344.2m, 총 저수 용량 4억6600만t의 현재 모습으로 리모델링했다.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지난 15일 충북 괴산댐의 물이 넘치면서 댐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괴산댐은 발전용 댐으로, 수차 발전기를 돌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댐 안에 물을 저장하는 용량이 크지 않다. 홍수 조절 능력은 떨어지는 것이다. 준공한 지 오래된 다목적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원래는 한강 수계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에서 물을 공급받아야 하지만, 저수 용량 한계로 물이 부족해 강원도 화천댐에서 물을 끌어와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극단적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자 세계 주요국은 댐 리모델링 등 치수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댐 건설 당시 계산된 ‘극한 강수량’(최대로 내릴 수 있는 비의 양)이 현재와 큰 차이가 나 기존 댐을 빠르게 손봐 대비하는 것이다. 미국은 주별로 댐 신·증축 사업을, 일본은 중앙정부가 나서 댐 15곳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가 진행 중인 댐 리모델링은 0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