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는다며 환경부가 전국에 철책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무허가 업체 7곳에 세금 132억여 원을 쓴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철책이 허술하게 설치돼 작년에만 50억여 원의 보수비가 발생했다. 2019~2021년 휴전선 철책(238㎞)의 7배에 달하는 1831㎞의 방역 철책을 세웠지만, ASF 발생은 2019년 55건에서 작년 878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가 옮기는 ASF 확산을 막는다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167억원을 투입해 ‘광역 울타리’ 사업을 했다. 파주~강릉, 충주~영덕 산지에 높이 1.5m의 철책 1831㎞를 설치했다. 당시 정부는 업체 33곳과 일감 계약을 맺었는데, 이 중 7곳이 공사를 맡길 수 없는 무허가 업체로 파악됐다. 무허가 7곳 중 2곳은 계약을 따낸 뒤 사업자 등록을 하기도 했다. 무허가 업체가 받아 간 세금은 132억2400만원에 달한다.
환경부 측은 “ASF 확산을 막는 일이 급해 빠르게 조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무허가 업체 7곳 중 5곳은 시설 공사 경험이 있었고, 계약 후 사업자 등록을 낸 2곳은 (환경부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방역 철책은 부실 공사 탓에 제 기능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까지 하자 보수 공사 2719건을 했고 작년에만 50억원의 보수비를 썼다. ASF 발생 건수는 2019년 55건에서 작년 878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국토 곳곳에 철책을 세우는 사업이지만 환경부는 환경 영향 분석도 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이뤄진 방역 조치이기 때문에 (철책 설치는) 환경 영향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멧돼지 등 야생 생물의 이동을 강제로 막는 조치여서 생태계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사업 후 환경 영향 평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방역 철책을 세웠지만 ASF는 계속 심각하다. 지난 25일 강원 화천군 한 양돈 농장에서 ASF가 발생해 사육 돼지 1669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방역 구역에 양돈 농장 2곳이 돼지 4000여 마리를 사육 중이라 살처분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임이자 의원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전국을 철망으로 휘둘렀지만 방역엔 구멍이 뚫렸고 농민들의 피해는 가중됐다”면서 “철책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 파악도 늦었지만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