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 자율주행차’가 국내 도로를 처음 달린다. 지금도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운전석 등에 사람이 타야 한다. 국내에서도 미국, 중국처럼 진정한 ‘무인 자율주행차’ 운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국토부와 업계에선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는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무인 자율주행차에 일반 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임시 허가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차량이 자율주행을 하려면 스스로 도로 상황을 인지한 후 판단을 내리고 기계 제어·조작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간의 ‘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가 차량 전체를 파악해 빈틈없이 명령을 내려야 한다. 국내 자율주행 업체 라이드플럭스는 이런 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루아’를 개발해 국토부가 요구한 안전, 기술 요건을 충족했다. 업체는 루아를 현대차 제네시스 GV80에 탑재해 허가를 받았다.
국토부가 무인 자율주행을 허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부터 서울과 제주도 등에서 자율주행차 437대가 운행했거나 운행 중이지만 안전 등을 이유로 이 차들엔 사람이 타야 했다. 청소차 같은 특수 목적차 중에 무인으로 운행한 경우는 있지만 최고 시속이 10km 이하였다. 라이드플럭스 측은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에도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 이상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 무인 자율주행을 시작하기 전 안전을 위해 단계적 검증 절차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우선 6~7월엔 운전석에 사람을 태우고 운영하고, 8~9월엔 조수석에 사람을 태워 운행한다. 그때까지 별다른 사고가 없으면 10월에는 무인으로 운영한다. 허가받은 자율주행차는 13일부터 서울 상암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내 3.2km 구간을 달린다. 도로 이용자 안전을 위해 사람이 적은 오전 10시~오후 5시, 오후 8시~ 오전 7시에만 운행할 예정이다. 최고 시속은 50km로 제한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인 자율주행차 허가가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 본격 도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개입 여부 정도에 따라 0~5단계까지 나뉘는데, 이번 임시 허가 대상은 사람 개입 없이 특정 구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수준이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으면 기술 수준을 공인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도 크게 올라갈 수 있다. 국토부 측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허가에 도전하는 국내 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다만, 이 기술이 자율주행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라는 ‘로보 택시(운전자 없이 운영되는 차량 호출 서비스)’ 상용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여전히 자율주행차 안전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10월 업계 선두라는 미국 크루즈의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친 뒤 6m가량 끌고 가서야 멈춰 서는 등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가 지난해 50건가량 사고를 냈다. 이 때문에 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폴크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했다. 애플도 전기차 프로젝트를 취소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했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중국과 일본 업체다. 중국 바이두는 베이징 등 도시 10곳에서 로보 택시를 유료로 운영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지난 5일(현지 시각) BYD 등 아홉 업체가 자율주행 3·4 단계를 도로에서 테스트하도록 승인했다. 일본 혼다는 2026년부터 택시 회사와 손잡고 로보 택시 사업을 시작한다. 닛산도 4분기 요코하마에서 자율주행 실증 실험을 시작해 2027년 로보 택시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