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KTX 승차권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취소표라도 구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년 명절 연휴마다 취소표로 인해 공석으로 운행한 KTX 좌석이 20만석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명절의 경우에는 KTX 취소 수수료율을 높여서라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고 열차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설 연휴에 KTX 19만5244석이 재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설 연휴에 판매된 166만석 가운데 11~12%가 결국 빈 채로 운행했다는 뜻이다. 당시 SRT 5만4000여 석도 공석 처리돼 설 연휴의 빈 좌석 운행은 총 25만석에 달했다.
이 같은 일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설·추석 연휴 기간 코레일 열차 승차권 1차 취소율은 연 평균 판매량(331만6619장)의 41%(135만8496장)에 달했다. 취소표를 다른 사람이 다시 예약하기도 했지만, 끝내 구매되지 않은 일부는 결국 공석으로 남게 됐다.
코레일은 명절이면 평소보다 열차 운행을 대거 늘려 표를 판매한다. 명절 3~4주 전쯤 하루를 정해 전 국민 대상 예매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이때 대부분 표가 팔린다. 이번 추석도 지난달 21일 예매 창구가 열렸다. 수도권에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주요 지역을 오가는 기차표는 예매 시작 5분 내 모두 매진됐다.
이때 표를 구하지 못한 승객들은 스마트폰 코레일 앱(응용 프로그램) 등에 계속 접속해 취소표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예약 대기’ 기능도 있지만 명절에는 무용지물이다. 출발 시간이 임박해 취소되는 표가 많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추석을 앞두고 온 가족이 코레일 앱과 홈페이지에 매일 접속하고 있지만 아직 예매를 못 했다”고 했다. 평시에는 KTX 출발이 임박하기 전 취소된 표를 다른 사람이 구해서 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족들이 대거 동행하는 명절의 경우엔 통상 출발 1~2일 전까지 KTX 예매에 실패하면 대체 교통 수단 이용을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임박한 취소표는 다른 승객들이 활용하지 못한 채 버려지곤 한다.
이는 KTX의 낮은 취소 수수료율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명절 기간 일반 승차권의 경우 출발 하루 전에만 취소하면 취소 수수료 400원만 내면 된다. 당일 3시간 전까지 취소하면 운임의 5%, 1분 전에 취소한다 해도 수수료가 10%밖에 안 된다. 출발 후 20분 내 취소해도 지불했던 요금의 85%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한 사립대 물류학과 교수는 “명절 기간 출발 몇 분 전 취소된 티켓은 공석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운행 3일 전부터는 취소 수수료율을 크게 올려 ‘숨겨진 취소표’를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낮은 취소 수수료율 탓에 암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는 ‘추석 KTX 기차표 양도’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족 단위 이동이 많아 가까운 좌석일수록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다. 코레일 측이 당근마켓 등 주요 중고 거래 사이트에 나오는 암표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신고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모두 막는 건 불가능하다. 취소 수수료율을 올리는 게 해법이지만 일각에서는 코레일이 매해 취소 수수료로만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