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콘크리트 둔덕’ 강화 공사는 설계 업체의 잘못된 설계를 한국공항공사가 그대로 받아들여 벌어진 일로 2일 확인됐다. 무안공항 운영사인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020년 착륙 유도 시설인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에 나서며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방안을 확보하라’고 지침까지 내려놓고도,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 강화한 설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화된 구조물은 이번 사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부터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에 돌입해 지난해 초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2007년 공항 개항 후 설치된 로컬라이저가 오래돼 개량 작업을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콘크리트 둔덕에 ‘콘크리트 상판’까지 더해지며 콘크리트 구조물이 더욱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까지 공사로 인해 길이 40m, 폭 4.4m, 높이 0.3m의 거대한 콘크리트 상판이 새롭게 시설에 추가됐다.
이 콘크리트 상판을 누가 만들라고 지시했느냐를 두고 한국공항공사, 설계사, 시공사 등은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 설계사는 “로컬라이저만 설계했고 콘크리트 상판은 설계하지 않았다”고 했고, 공사는 “부서지기 쉽게 설계하라는 식으로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2020년 만들어진 설계 업체 도면엔 콘크리트 상판이 나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사의 감리를 진행한 업체는 “설계 도면에 콘크리트 상판이 있고, 시공사는 이를 따라 공사를 진행해 콘크리트 상판을 더한 것”이라고 했다. 공사 측도 설계 도면에 콘크리트 상판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한국공항공사가 설계 용역을 내릴 때와 채택할 때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공사는 2020년 설계 용역을 주며 ‘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 확보 방안 검토’라는 문구를 포함했지만, 오히려 콘크리트 강화 설계를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사는 “부서지기 쉽다는 표현은 콘크리트 상판이 아닌 둔덕 위 구조물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공사의 설계 지시와 채택 과정에 위법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