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비행기록장치(FDR)가 자료 추출을 위해 오는 6일 미국으로 운반된다. FDR은 사고 원인을 규명할 핵심 장비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3일 사고 대응 브리핑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 조사관 2명이 미국 교통안전위원회로 FDR을 운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료 추출이 바로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개시 시점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과 원활히 합의가 돼 출국 일정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토부는 국내에서는 FDR 자료 추출이 어려워 미국으로 보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음성기록장치(CVR)는 실제 들을 수 있는 음성 파일 형태로 변환해, 녹취록을 작성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비행기 블랙박스는 FDR과 CVR로 구성돼 있다. 이 장비들은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온과 바다 등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사고 발생시 충격을 최소화하고 사후 회수가 비교적 용이한 비행기 꼬리 부분에 둔다. 국토부는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두 장비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FDR은 비행기의 위치, 고도, 엔진의 상황 등 운행 전반에 대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항공 사고 발생시 FDR 내부 자료를 얼마나 온전하게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의문이 제기되는 사고기 엔진의 실시간 상황 등이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사고 당일 FDR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회수가 됐으나, 전원 공급과 데이터 전송 기능을 하는 연결선이 유실됐다. 이에 국내에선 자료 확보가 어려워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국토부는 “내부 자료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했다.
CVR은 조종실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나눈 대화 내용 등을 기록하는 장비다. 사고 당시 이야기와 긴박했던 상황 등이 드러날 전망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CVR과 FDR 자료가 모두 확보가 되면 비행기 상황을 애니메이션 등으로 구현할 수 있고, 원인 규명도 대부분 가능할 것이라 말한다. 사조위는 과거 항공 사고 보고서를 내며 CVR과 FDR 자료를 확보한 경우 기장, 부기장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의도에 따른 행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적었다.
아울러 국토부는 사고기와 동일기종(B737-800·국내 101대)을 보유한 항공사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10일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대한항공이 대상이다. 점검은 당초 이날까지 계획돼 있었으나, 국토부는 “점검을 진행하다 제기된 여러 추가적인 문제점들이 있어서 연장한다”며 “정비, 부품 등에 대해서도 살피겠다”고 했다. 이어 “이날 오전 11개 전 항공사 CEO가 참석하는 영상 회의를 열고 철저한 안전 관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고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로컬라이저 둔덕’에 대해선, “한국공항공사에서 발주를 했고, 설계와 시공은 전문 회사가 진행했다”고 밝혔다. 로컬라이저는 전파를 통해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돕는 설비다.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둔덕 위에 있었고, 사고 여객기는 이와 충돌했다. 2020년 한국공항공사가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 시설 등 개량 사업 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이후 콘크리트가 삽입된 흙 둔덕 위에 콘크리트 상판이 올라갔다. 국토부는 “설계사가 지반 상황을 검토하다 안전성 측면에서 상판을 설계해 제시했고, 공사가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공사는 2020년 설계 용역을 주며 ‘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 확보 방안 검토’라는 문구를 포함했지만, 실제 강화 설계 제시를 받아들인 것이다. 공사는 “‘부서지기 쉽게’라는 건 콘크리트가 아닌 둔덕 위 구조물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조물을 받치는 콘크리트 둔덕 등에 관한 공사는 작년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