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상공에서 바라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미세 먼지로 뿌옇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울 종로구의 1시간 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113㎍/㎥까지 치솟았다. /장련성 기자

한파(寒波)가 지나니 미세 먼지 공습이 시작됐다. 지난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전국 하늘이 잿빛으로 부옇게 변했다. 22일에는 중국발(發) 미세 먼지가 또 한 차례 유입돼 미세 먼지 농도가 더 짙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공기 질은 금요일인 24일까지 탁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24일까지 우리나라는 고기압 영향권에서 대기 흐름이 다소 정체된 가운데 서풍(西風)을 타고 중국에서 들어온 미세 먼지가 내륙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1월은 중국에서 석탄 난방을 때며 미세 먼지가 집중 유입되는 시기다. 미세 먼지(PM10)와 초미세 먼지(PM2.5)가 함께 들어오는데, 입자가 작은 초미세 먼지가 더 먼 지역까지 확산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초미세 먼지 농도가 더 짙을 것으로 예상됐다.

21일 오후 1시 기준 서울의 1시간 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1㎥당 113㎍(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강북구가 148㎍까지 치솟았고, 강동구(140㎍)·노원구(137㎍) 등도 공기가 탁했다. 경기 양주(123㎍)·구리(120㎍), 충북 음성(145㎍)·증평(112㎍) 등에서도 100㎍을 훌쩍 넘겼다. 초미세 먼지는 기준 농도가 1㎥당 36~75㎍이면 ‘나쁨’, 75㎍을 초과하면 ‘매우 나쁨’에 해당한다. 미세 먼지는 입자가 작을수록 코점막에서 먼지가 걸러지지 않고 허파에 직접 침투하는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천식이나 폐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21일 아침에는 ‘먼지 안개’로 불리는 연무(煙霧)가 수도권과 강원·충청·전북을 중심으로 짙게 끼면서 가시거리가 200m 미만으로 급격히 짧아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충남 서산은 가시거리가 40m, 경기 이천과 양주는 50m, 강원 양구는 90m 수준이었다. 연무는 습도가 낮을 때 대기 중에 미세 먼지 입자가 떠다니며 부옇게 보이는 현상이다.

22일에는 중국에서 미세 먼지가 추가로 들어오며 공기 질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전라권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강원·경상·제주는 ‘나쁨’일 것으로 예보됐다. 미세 먼지 농도는 수도권과 강원·충청·전라권에서 ‘나쁨’, 경상·제주에서 ‘한때 나쁨’일 것으로 예상됐다.

미세 먼지 농도가 갑자기 짙어진 것은 우리나라가 절기상 가장 추운 대한(大寒·1월 20일)을 지나 한파의 절정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로 찬 공기를 불어넣는 대륙고기압 세력이 점차 약화하고, 한반도가 주로 고기압 영향권에 들게 된다는 뜻이다. 강한 바람이 불어오지 않으니 우리나라에 쌓인 미세 먼지를 제때 씻겨주지 못하기에 이때부터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지게 된다.

대기가 꽉 막혀 중국발 미세 먼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 먼지까지 내륙에 잔류하는 현상은 금요일인 2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24일까지 중국 북부 지방에 위치한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23일에는 전국에서 초미세 먼지가 ‘나쁨’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고, 미세 먼지는 수도권과 충청·전북을 중심으로 오전 한때 ‘나쁨’을 기록한 뒤 오후에는 전국이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24일에도 서해상과 가까운 한반도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공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