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이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대피하는 모습

28일 오후 10시 15분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당시, 승무원이 아닌 승객이 비상문을 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승객들은 기내에 연기가 차는 데도 승무원들이 문을 빨리 열지 않았고, 제대로 된 안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처가 미흡했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다만, 탈출 과정에서 혼란과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매뉴얼대로 대응한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BX391편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비행기는 오후 9시 55분 출발 예정 시간을 넘겨 지연되는 상황으로 문이 닫힌 상태였다. 복수의 승객들에 따르면, 당시 승객 전원은 전부 착석해 벨트까지 맨 상황이었는데, 뒤쪽에서 ‘불이야’란 소리가 났고 이후 연기가 앞쪽까지 밀려왔다. 한 승객은 “비행기가 앞 비행기와 간격 때문에 20분가량 지연 출발한다는 안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방송을 듣고 5분 정도 기다리던 중에 불이 났다”고 했다.

당시 승무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진화하려고 했지만 이내 연기가 거세져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내에는 이미 큰 혼란이 발생했지만 비상 탈출 등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승객들의 불만이다. 한 승객은 “화재가 난 좌석 주변 승객을 나오라고 하지도 않았고 승무원이 ‘짐 놓고 나가라’는 말도 없어 자기 짐 챙기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승객으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비상문이 열렸는데, 이 중 한쪽 문은 승객이 직접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승객들 사이에선 “세월호 사고나 이번 제주항공 사고도 있었는데 승무원들이 가만 앉아 있으라며 소화기를 뿌리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항공기 사고 발생 시 승객은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게 돼 있다”며 임의로 문을 열었다면 위험한 행위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비상 탈출은 기장과 승무원들의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행위로, 비상문을 열기 전 엔진 정지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해 반드시 매뉴얼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구 좌석에 앉은 승객의 경우 비상 탈출 시 승무원 지시 등을 받아 문을 열 수 있지만, 임의로 결정해선 안 된다. 한 현직 기장은 “비상 탈출을 위해 문을 여는 행위는 엔진 가동 여부, 바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승객들이 임의로 대응하게 되면, 자칫 탈출 과정에서 인파가 몰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승객들이 문을 연 시점이 기내 연기가 급격히 퍼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매뉴얼만 고집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소방 전문가는 “항공기의 경우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골든 타임이 90초 내외”라며 “기체 대부분이 타버린 상황을 감안하면 좀 더 빠른 대처가 이뤄졌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