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10시26분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뉴스1

김해공항에서 176명을 태운 에어부산 항공기는 이륙이 20분가량 지연돼 주기장에서 대기하던 상황에서 불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연 출발하지 않았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지상에서 화재가 났는데도 비상 탈출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BX391편 기내 뒤쪽 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비행기는 오후 9시 55분 출발 예정 시간을 넘겨 지연되는 상황으로 당시 문이 닫힌 상태였다. 복수의 승객들에 따르면, 당시 승객 전원은 전부 착석해 벨트까지 맨 상황이었는데 뒤쪽에서 ‘불이야’란 소리가 났고 이후 연기가 앞쪽까지 밀려왔다. 한 승객은 “비행기가 앞 비행기와 간격 때문에 20분가량 지연 출발한다는 안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방송을 듣고 5분 정도 기다리던 중에 불이 났다”고 했다.

당시 승무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진화하려고 했지만 이내 연기가 거세져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승객은 “화재가 난 좌석 주변 승객을 나오라고 하지도 않았고 승무원이 ‘짐 놓고 나가라’는 말도 없어 자기 짐 챙기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승객으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모든 화재가 비상 탈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비행기가 반소(半燒)하는 대형 화재로 번졌기 때문에 비상 탈출 결정이 더 빨리 이뤄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비상 탈출을 위해선 탈출 지점을 확보하고, 승객을 내리기 위한 비상 슬라이드를 펴야 하는데 이전에 엔진을 끄는 등 선제 조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기장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엔진이 켜져 있으면 탈출 과정에서 사람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아직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승객 대피나 안내 등에서 대처에 아쉬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초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발생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간 충돌 사고에선, 안내 방송 장치가 고장 난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이 ‘짐을 챙기지 말고 탈출하라’고 지시해 JAL 여객기 탑승자 379명 모두가 화재가 발생한 기체에서 무사히 탈출했다.

이번 김해공항 사고 항공기는 이륙 전 항공유를 가득 채운 상태여서 대피가 늦었더라면 큰 인명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컸다. 실제 항공기에는 3만5000파운드 항공유가 양쪽 날개에 실려 있었다. 한 승객은 “불이 조금 늦게 나 이륙 후 발생했다면 커다란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김해공항 항공기 주기장 40개 중 사고항공기 주변의 주기장 3개소를 폐쇄조치 했고, 29일 계획된 항공편 271편은 정상 운항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