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항공기 내 리튬 배터리 허용 규정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에어부산 화재 사건의 발화 물질이 리튬 배터리가 아니더라도, 관련 사고에 대한 승객 우려가 커진 만큼 이번에 규정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부 규정 등에 따르면 160Wh(와트시)를 넘지 않는 리튬 보조 배터리는 2개까지 기내에 소지할 수 있고, 100Wh를 넘지 않는 보조 배터리의 경우 5개까지 가지고 탈 수 있다. 시중에서 흔히 쓰는 보조 배터리 용량은 37~75Wh다. 휴대전화와 태블릿 같은 전자 기기에 탑재된 배터리의 전력 기준과 수량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국토부는 보조 배터리와 전자 기기용 배터리 등의 구체적인 기내 허용 범위 등을 설정하고, 안전 인증을 확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와 배터리를 단 전자 기기의 경우 짐을 싣는 선반 등에 두지 않도록 취급 절차를 명문화하는 안도 개선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에어부산 사고가 보조 배터리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이번에 규정을 고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제 기준을 준수하면서 규정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국토부는 4월 발표할 항공 안전 혁신 대책에 이 같은 개선안을 포함시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조 배터리나 배터리를 탑재한 태블릿 PC, 노트북 등으로 인한 기내 화재는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의 기내 배터리 사고는 2023년 6건, 작년 1~8월에만 5건을 기록했다. 에어부산 항공기는 지난해 12월에도 김해공항 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하다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회항하기도 했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규정뿐 아니라 실제 수하물 검사 과정 등도 동시에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