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지자체가 ‘소각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로 향하던 생활 폐기물을 무조건 소각한 후 묻어야 하는데, 공공 소각장 용량이 부족하다 보니 민간 소각장과 계약해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시 자치구(區)에서 민간 소각장을 대상으로 한 생활 폐기물 위탁 처리 용역 공고에 처음으로 ‘다년 계약’이 등장했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달 27일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쓰레기 1만1399t을 처리하는 대가로 19억3783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의 공고를 올렸다. 이어 송파구도 지난 17일 3년간 쓰레기 3만t을 소각하는 데 67억6500만원을 내겠다고 공고했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던 관행을 깬 것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건 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한 건 환경부지만, ‘소각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는 건 각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신규 마포소각장 추진이 주민 반대와 소송 패소 등으로 지연돼 공공 소각장 용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직매립 유예”를 요청했으나 환경부는 “검토”라는 입장만 냈다. 이에 당장 내년부터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일부 구청이 발 빠르게 민간 소각장 용량을 확보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소각장 용량도 한정적이라 늦게 계약할수록 용량 확보가 어렵고, 단가도 올라갈 수 있어 계약을 문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했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는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 사정상 불가피한 제도다. 그러나 주민 반대를 뚫고 기피 시설인 공공 소각장을 새로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일본처럼 공공 소각장 몫인 생활 폐기물을 이미 지어져 있는 민간 소각장을 통해서도 처리하되, 주민들이 쓰레기 처리 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쓰레기를 태울 때 생기는 열에너지를 지역난방 등에 공급하는 소각장에 한해 재활용을 인정해 주는 방안도 포함된다. 소각을 열적 재활용으로 인정하면 지자체가 t당 1만원씩 내는 폐기물 처분 부담금을 아낄 수 있고, 처리 단가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직매립 금지를 유예하더라도 결국 소각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뒤따라야 하기에 소각장 증설이 어려울 경우의 여러 대안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