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국이 황사로 뒤덮인 가운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때아닌 태풍급 바람과 함께 소나기와 눈, 작은 우박이 쏟아졌다. 14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작은 우박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13일 중부지방과 전라, 경북, 제주 일부에 강풍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곳곳에서 순간 풍속 20m/s 이상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날 새벽부터 오후 8시까지 기준으로 전남 여수에 순간 초당 35m, 강원 양양 34.8m/s, 경기 화성 32.7m/s, 부산 가덕도 30.4m/s, 경기 안산 27.1m/s, 서울 21.5m/s 등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태풍의 정의 기준(중심 부근 최대 풍속 17m/s 이상)을 넘어 ‘강한 태풍’(25~33m/s) 급 바람까지 일시적으로 분 것이다.
이날 오전 20.9m/s 바람이 분 경기 수원 팔달구에서는 도로 입간판이 주차된 자동차 위로 쓰러졌고, 수원역에서는 수m 길이 담장이 보행자 도로 쪽으로 무너졌다. 경기 용인 처인구에서는 주유소 휴게 부스가 넘어지면서 고립된 한 명이 구조됐다. 대전 중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서는 8층 창문이 깨졌다는 신고가 들어와 119 구조대가 출동했다.
전날부터 강풍 특보가 내려진 제주 지역은 나무들이 바람을 이기지 못해 도로로 쓰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폐공장 지붕이 강풍에 날아가 전신주를 덮쳐 인근 마을 50여 가구가 정전됐다.
◇나무 쓰러지고 지붕 날아가고… 전국 곳곳서 강풍 피해 잇따라
이날 영남권과 강원 영서를 중심으로 전국에 비가 내렸다. 오후 8시 기준 일 강수량은 부산 기장 36.5㎜, 울산 온산 27.5㎜, 경남 거제 25.5㎜, 경북 경주 24.5㎜, 강원 정선 19㎜ 등이다. 서울 강북 6㎜와 서울 중구 5.5㎜, 경기 수원 4.3㎜ 등 수도권에도 대부분 비가 왔다. 강원 산지와 전북 무주 등지에는 눈이 내렸고, 서울과 경기 고양·양주·동두천 등지에는 지름 5㎜ 미만의 싸락우박이 떨어지기도 했다. 싸락우박은 싸락눈에 물방울들이 얼어붙은 작은 우박을 말한다. 비바람에 벚꽃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8.2도로 전날(22.5도)에 비해 14도 급락하는 등 이례적으로 쌀쌀한 4월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은 “대기 상층으로 영하 30도 이하 찬 공기가 지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고,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눈,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은 황사가 비와 섞여 내렸다. 경기도의 미세 먼지(PM10) 농도가 223㎍/㎥까지 치솟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한때 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이나 ‘나쁨’을 보였다.
14일에도 전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풍과 함께 비 또는 눈, 싸락우박이 예보됐다. 14일 오후부터 충남 서해안과 전남 해안, 경남권 해안 등에 순간 풍속 20~25m/s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나머지 지역에는 15m/s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13~14일 강수량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5~20㎜, 적설량은 강원 산지는 3~8㎝, 나머지 지역들은 1~5㎝로 각각 예상됐다. 14일 일부 남부 지역은 낮 동안 미세 먼지 농도가 높겠지만, 대체로 전국의 미세 먼지 수준이 ‘보통’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평년보다 3~8도가량 기온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0~9도, 낮 최고기온은 9~16도로 예보됐다. 15일에도 아침 최저 영하 1도~영상 7도, 낮 최고 13~17도를 보일 전망이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 기온은 이보다 낮겠다. 16일부터는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이 20도 안팎을 회복하는 등 점차 예년 날씨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4월 초순은 작년보다 더 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4월 1~13일 최고기온 기록은 영상 27.3도(13일), 최저기온은 5.5도(1일)였다. 반면 올해 같은 기간 서울의 최고기온은 24.2도(11일), 최저기온은 1.1도(13일)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이 기간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상 5도 미만으로 떨어진 날이 없었지만 올해는 총 4일에 달했다.
특히 최근 주말마다 날씨가 나빠지면서 교통량을 포함해 외부 활동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말이었던 지난달 29~30일에도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과 비, 진눈깨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