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드론을 띄워 지난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의 한 산지를 찍은 모습. 6년이 지난 현재 왼쪽 아래로는 자연 복원된 참나무들과 2019년 산불 당시 불길을 피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굴참나무, 오리나무, 싸리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4~5m가량 커져 있었다. 반면 나머지 인공 조림된 구역에 있는 소나무 묘목들은 대부분 어른 무릎 높이까지도 자라지 못했고, 말라 죽은 경우도 많다./박상현 기자

해외 국가들은 대형 산불이 발생한 숲을 회복시킬 때 큰 숲일수록 자연 복구 방식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기록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이 발생했던 2020년 한 해에만 400만 에이커(약 1만6000㎢) 이상이 불탔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전체 면적의 약 4%다.

과거 미국은 산불 이후 소나무 등을 심는 인공조림 방식을 택했다. 최근 미국 산림청은 자연 복원을 중심으로 하는 ‘렛 잇 그로(Let it grow)’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인공조림이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해칠 수 있고, 다음 산불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산불 피해 지역이 넓으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호주는 2019~2020년 6개월 동안 이어진 ‘블랙 서머(Black Summer)’ 산불로 약 1800만헥타르(18만㎢)의 산림이 소실됐다. 호주 정부와 산림 연구소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연 회복 우선 방침을 따랐다. 당시 서식지 대부분이 불타면서 호주에 사는 코알라 약 6만마리가 죽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호주 정부는 코알라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코알라의 서식지를 회복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도 자연 복원을 기본으로 설계됐다. 산불로 파괴된 숲과 건강한 숲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코알라의 서식지를 넓혀주는 것이다. 이런 대책을 추진한 이후 일부 산불 피해 지역은 1년 만에 자생종의 80% 이상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산불이 발생하는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산불 복구 작업을 할 때 정부의 최소 개입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토착종의 자연 복원을 유도하고, 인공조림은 극단적인 피해지에 한해서 최소한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과거 조림 정책 실패를 겪은 뒤 자연 복원 중심으로 산불 대응 정책을 바꿨다. 2017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 발생한 산불의 확산 속도는 소방의 역량보다 최대 9배 빨랐다. 이 국가들이 경제적 목적으로 기름기가 많아 불길이 쉽게 번질 수 있는 유칼립투스 숲을 넓게 조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