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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조 배터리 관련 화재 대책으로 내놓은 ‘비닐봉지’ 사용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닐봉지가 화재를 막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다 정부가 보안 검색 요원들에게 비닐봉지 제공 업무를 맡기면서 연휴 기간 출국 대란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20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에 ‘보조배터리 및 전자담배 기내 반입 관리 지침’ 공문을 보냈다. 여기엔 보안 검색 시 배터리를 꺼내 바구니에 넣으라고 안내한 뒤, 필요한 승객에게 비닐봉지를 제공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 안팎에선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승객들이 보안 검색 때 비닐봉지에 배터리를 담더라도 검색 후 면세 공간 등으로 이동하면서 빼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거의 없다. 공민천 인천공항 보안검색통합노조 위원장은 “가뜩이나 보안 검색대 줄이 길어 승객들 불만이 큰데, 검색 시간만 더 늘리는 조치”라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보조 배터리는 항공사가 관리해야 하는 위험물인 만큼 탑승 전후 항공사가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비닐봉지도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비닐봉지가 화재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배터리 비닐봉지 대책은 정부가 지난 1월 ‘에어부산 사고’ 후 기내 화재를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 것이다. 에어부산 사고는 ‘배터리 내부 합선’으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비닐봉지는 배터리 단자에 클립 같은 이물질이 끼면서 생기는 ‘외부 합선’은 막을 수 있지만 ‘내부 합선’은 막지 못한다. 또한 요즘 나오는 배터리 대부분은 애초에 외부 합선은 차단하는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부 합선을 막기 위해 비닐봉지에 또 담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비닐봉지 지침으로 인한 비용과 쓰레기도 문제로 꼽힌다. 비닐봉지는 한 장당 17~25원 정도다.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연간 7000만명으로, 10명 중 3~4명가량이 보조 배터리를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닐봉지 값으로 연간 4억원가량이 들어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