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사상 첫 ’12월 수능'을 치르면서 수능 이후 대학별 고사나 정시 모집 일정도 줄줄이 뒤로 밀렸다. 수능 성적은 오는 23일 통보되지만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수시와 정시 중 집중할 전형을 잘 따져봐야 한다. 수시 대학별 고사 일정이 미뤄지거나 면접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대학들이 있어 논술·면접 전에 변경 사항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올해 수능에선 감소 추세이던 정시 모집 비율이 작년보다 늘었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모집 비율은 23%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늘었다. 4년제 대학은 전체 모집 정원(34만7447명) 중 8만73명을 정시 전형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가채점 결과로 수시·정시 선택
전문가들은 “수능은 끝났지만 6교시 ‘원서 영역’이 남았다”고 말한다. 23일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까지 20일 가까이 남았다. 그때까지 수능 가채점을 하고 수시와 정시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 가채점 결과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 여부와 수시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된다.
정시로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데도 대학별 고사에 응시하고 수시에 합격한다면 합격은 했지만 대입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할 때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이 수시 지원 대학에 비해 상위권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대부분 수시에서 상향 지원하는 만큼 정시 지원 가능권과 수시 지원 대학이 비슷하다면 대학별 고사에 응시하라”고 했다. 수능 예상 성적이 아주 높지 않은 이상 대학별 고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올해 대학별 고사에선 감염 우려 때문에 비대면 면접을 도입한 대학이 많다. 수험생이 직접 영상을 찍어 대학에 제출하거나, 시험장까지 가서 녹화한 영상을 면접관이 평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수험생이 영상을 제출하는 방식은 면접은 ‘통과' 여부만 평가하는 등 전형에서 변별력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녹화 면접이 생소할 수 있지만 수험생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친구들과 한 명은 수험생, 나머지는 면접관 역할을 맡아 여러 번 카메라로 찍어보기를 권한다. 자세나 표정도 미리 연습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점수대별, 지망 대학별 전략 달라야
정시 모집에선 대부분 대학, 특히 서울 주요 대학이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한다. 일부 대학에선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합산한다.
정시 전형에선 대학마다 수능 표준점수나 백분위 중 하나를 반영한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성적을 시험 난이도를 반영해 보정한 점수이다. 백분위는 한 과목 내에서 수험생의 서열을 나타낸다. 대개 상위권 대학에서는 표준점수를,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백분위 점수를 활용하는 편이다.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 중에서는 국어⋅수학은 표준점수를 활용하지만, 탐구 영역은 수능 백분위를 기준으로 대학에서 별도로 변환한 표준점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수험생들은 예상 성적이 높은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도 따져봐야 한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1~9등급별로 점수를 부여해 총점에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대학이 많다. 이 경우도 실제 반영 비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대와 고려대는 등급 간 점수 차가 적어 영어 점수 영향력이 크지 않다. 반면 연세대는 등급 간 점수 차가 크기 때문에 영어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은 지원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대학이어도 모집 계열별로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다를 수 있다. 희망 대학이 있다면 수험생이 잘 본 과목을 더 많이 반영하는 계열에 지원하면 유리하다.
탐구 영역은 수험생들이 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므로 과목별 난도에 따른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 원점수가 낮게 나왔어도 어려운 과목에서 다른 수험생보다 고득점했다면 최종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유리할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합격 커트라인 근처에서는 동점자가 많기 때문에 동점자 처리 규정까지도 확인하길 권한다”고 했다.
정시에선 가·나·다군에 한 번씩 총 세 번 지원 가능하다. 상위권 대학은 가·나군에 포진해 있다. 상위권 수험생은 사실상 지원 기회가 두 번이므로 입시 전문가들은 가·나군에 소신·적정 지원을 섞기를 추천한다. 중·하위권 수험생은 가·나·다군에 소신·적정·안정 지원을 하나씩 섞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