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미국의 대표적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여행 민간 기업에 합류했다. 올해 8월에 성공한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관광객이 체험한 우주의 고도와 시간에서 ‘급’이 달랐다. 버진갤럭틱의 ‘VSS 유니티 22′ 우주선은 지표면으로부터 80km까지 올라갔고,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우주선은 고도 108km까지 올라왔다가 내려왔다. 이들이 우주여행을 한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로 ‘놀이기구’ 같은 체험이라면,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곤은 사흘간 575km 궤도를 도는 ‘진짜’ 우주여행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성과는 세계 최초로 전문 우주비행사 없이 4명의 관광객으로만 구성된 우주여행단이 발사부터 궤도 비행, 착륙까지 자동으로 조종되는 우주선을 탔다는 사실이다. 기업인, 과학 강사, 간호사, 데이터 기술자로 구성된 여행단은 6개월 전부터 비상 상황에 대비한 교육을 받았지만, 우주선의 조종이나 착륙 기술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떻게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는 이 모험에 몸을 실을 용기를 냈을까? 우주여행에 참여한 이들은 억만장자이거나 나름의 사연을 갖고 뽑힌 엄청난 행운의 소유자들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들이 우주여행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비용과 위험의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비행기는커녕 롤러코스터도 타기를 꺼리는 누군가에겐 우주여행을 위해 견뎌야 하는 지구 중력 3배 이상의 가속도와 시속 2만7000km의 속도는 공포 이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우주 환경에 지극히 취약하다. 유인 우주 비행이 진정한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용기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만큼의 기술적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투입하는 비용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천문학적 비용과 사고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굳이 우주에 나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최초 인공위성과 우주인의 자리를 구소련에 빼앗긴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통해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러나 유인 달 탐사 경쟁에서 패한 구소련은 로봇 탐사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1970년 달에 무인 착륙선 루나 16호를 보내 드릴로 땅을 파고 흙을 모아, 귀환용 로켓의 캡슐에 담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으로 12명의 우주인을 보내는 동안 구소련은 탐사 로봇을 달과 금성 등에 보내 훨씬 적은 비용과 인명 피해 위험 없이 과학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와 2003년 콜럼비아호의 폭발 사고로 여러 명의 우주인이 목숨을 잃자, 우주선의 폭발 위험뿐만 아니라 무중력과 우주 방사선 같은 극한 환경에 사람을 굳이 보낼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졌다. 유인 우주 탐사 반대론자들은 인공위성이나 무인 탐사선만으로도 지구에서 얻는 여러 혜택과 과학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인 탐사 찬성론자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과학적 임무를 수행하는 데 인간이 로봇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1970년 아폴로 15호를 타고 달에 갔던 데이비드 스콧은 지질학적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나이가 46억년이 된 암석을 골라 왔는데, 덕분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의 천체가 46억 년 전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암석을 집어오는 로봇보다 지적 능력을 가진 인간이 탐사에 더 효율적이라는 증거다. 찬성론자들은 미국의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이나 허블 우주망원경이 고장 났을 때 우주인이 우주 유영을 통해 직접 수리했던 사례도 인간이 우주 탐사에 꼭 필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최근 민간 기업의 연이은 우주 관광 프로그램의 성공은 우주 탐사에 대한 인간 대 로봇의 전통적인 대결 구도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그동안 논쟁은 우주나 지구 밖 행성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얻는 데 인간과 로봇이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우주 관광의 목적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얻는 것에 있지 않다. 우주 관광객들과 이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이들은 인간의 기술적 성취와 새로운 경험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사실에 열광한다.
인간은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얻은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종합해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로봇을 통해 얻는 데이터는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지만, 인간이 그곳에 직접 가 있는 것과는 같을 수 없다. 우주를 경험한 사람들은 지구 상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감각과 인지의 순간들과 마주치고 이에 반응할 것이다. 그것은 스페이스X의 인스퍼레이션(영감) 프로그램 통해 우주를 여행한 이들이 감내한 용기의 대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