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국 뉴욕의 한 아시아 여성이 지하철 선로로 떨어졌다. 달려오는 지하철 앞으로 한 남성이 여성을 밀었다. 둘은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만난 적조차 없다. 이른바 ‘묻지 마 범죄’였다. 남성은 경찰에 연행되는 중에도 취재진에게 혓바닥을 내밀며 “내가 그랬다”고 외쳤다.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없다. 그럼 영문도 모른 채 죽은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CNN은 작년 한 해 동안 이 문제를 명확히 다룬 팟캐스트 10개를 꼽았는데, 그중 한국계 미국인 남녀가 진행하는 ‘Feeling Asian’이 포함됐다.

/Feeling Asian

브라이언 박(32·박동근)은 텍사스에서 태어나 UCLA 의대를 졸업했고, 영미 메이어(38)는 한국 천안에서 태어났지만 인생 대부분을 사이판과 미국에서 살았다. 두 사람의 원래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개그로 승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관객이 백인이었던 탓에, 두 사람은 종종 개그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 못 한 말을 하려고 둘은 팟캐스트로 뭉쳤다. 제목 ‘Feeling Asian’은 말 그대로 동양인으로서 미국에 살면서 느낀 감정을 말한다. 1시간 분량 콘텐츠들은 2019년 9월부터 지금까지 총 119회차 방송됐다.

뉴욕경찰(NYPD)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작년 11월까지 발생한 아시안 혐오 범죄는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작년 초 거리의 한 남성은 동양인이란 이유로 영미를 벽에 밀어넣고 폭행을 가했다. 브라이언도 작년 지하철에서 두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했다. 미디어가 동양인을 다루는 방식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영미는 “어릴 때부터 TV를 보면 동양인 남성을 가리킬 때마다 작은 성기를 언급하는데, 내 주위 아시아 남성들이 이것 때문에 육체적으로 불충분하다고 느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건 사실도 아니고 재미있지도 않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매주 다른 초대 손님도 이 팟캐스트의 특징이다. 배우와 디자이너, 작가, 요리사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작년 9월에는 한국 혼혈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알렉산더 지(54)가 출연했다. 그는 “흔히 백인 피가 섞인 혼혈은 특권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나는 ‘악마’로 불리기도, 납치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MTV 뉴스 최초 아시아계 앵커 수진 박(45)도 출연해 백인 동료의 인종차별 행위에 맞섰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모두가 있는 곳에서 나를 성적으로 불쾌하게 표현해, 몇 달 동안 그의 퇴사를 요청했다”며 “모두가 나에게 용감하다고 했지만 당시엔 매일 구토할 정도로 무서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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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미국 언론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지적했다. 브라이언은 “미국의 인종차별 보도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50점이다. 인종 문제 그 자체를 다루지 않고, 독자 성향과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해 왜곡하거나 축소해서 보도한다”고 했다. 영미는 35점을 줬다. “아직도 구시대적 생각에 영합하는 언론이 있다. 그래서 팟캐스트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고, 우리가 뛰어든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 목소리로 전하는 차별 콘텐츠라는 특이성으로, CNN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Feeling Asian’을 다뤄왔다. 작년에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가 이들을 아시아계 미국인 최고의 팟캐스트 중 하나로 인정했고, NPR과 코즈모폴리턴, 나우디스 뉴스 등의 매체에서도 이들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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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당장의 혐오 범죄를 멈추기 위해 꼭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물었다. 브라이언은 인정과 공감, 대화를 꼽았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해서 회피하면 영원히 답을 얻을 수 없다. 이것이 혐오에서 비롯된 문제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영미는 반문했다. “내게 ‘혐오를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은 좀 우스꽝스럽다. 정작 질문을 받아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닌 가해자들 아닌가. 형벌을 받지 않는 한 가해자들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르거나, 잊고 산다. 혐오를 멈추려면 혐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추궁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