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는 열네 살이 될 때까지 돈맛을 몰랐다. 용돈을 달란 얘기를 한 적도 없었고, 크리스마스나 생일에 받은 돈을 부모에게 맡기고는 금방 잊어버렸다. 심지어 크리스마스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신 돈을 잃어버리고도 별로 속상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꾀를 써서 장부에 종종 선물로 받은 돈의 액수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산 액수를 적게 했다. 아들은 그것도 내가 시켜야만 겨우 기록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은행 계좌까지 만들었는데, 은행 앱조차 휴대폰에 다운로드하지 않았다. ‘돈에 집착하지 않아서 다행인가’ 하는 마음 반, ‘너무 돈에 센스도 욕심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반이었다. “대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려고?”
문제의 2019년 여름, 열네 살이 된 아들과 7년 만에 한국에 갔다. 친척과 내 친구들이 아이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미국 친척들이 주던 50달러 수준보다 더 큰 액수가 손에 들어오게 되자, 아이 태도가 달라졌다. 낯을 매우 가리는 성격임에도 내 친구들을 곧잘 만났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한국에서 받은 돈과 자신이 갖고 있던 액수를 보태, 꽤 비싼 맥북 모델을 구입했다. 드디어 은행 앱도 설치했다.
지난주 수요일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아들이 상상도 못했던 대화 주제를 내놓았다. 주식을 배우고 싶다면서 자신에게 기초를 알려 달라고 했다. 투자에 관한 책 몇 권도 추천해 달란다. 아내와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2년 가까이 재택근무 하는 아빠를 보면서 아들은 증권 분석처럼 지루한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증권 일은 아닐 거라고도 했다. 그랬던 아이가 주식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다니!
다른 어른들이 이런 요청을 해오는 경우는 많았다. 그들에게 내가 하는 첫마디는 이렇다. ‘자본시장의 구성은 투자금을 가진 투자자들과 투자금이 필요한 기업인들로 성립되는데….’ 하지만 아들에게는 이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역시 아빠가 하는 일은 지루하다는 확신을 심어줄 테니까. 잠깐 고민하던 중, 떠오르는 회사가 있었다. 아들이 즐겨 보는 넷플릭스를 이용해 주식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넷플릭스의 2021년 4분기 결과 보고가 그다음 날 오후에 발표되기 때문이었다.
우선 상장 회사를 설명했다. 일반인이 주식을 사서 주주가 될 수 있는 회사를 ‘공개 기업(public company)’이라고 하는데, 이런 기업에 대한 정보는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휴대폰에 설치돼 있는 주식 앱을 열어서 상장된 기업을 몇 개 찾아보게 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디즈니, 넷플릭스 등. 그리고 아들에게 물었다. 무엇이 넷플릭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으냐고. 아이는 곧바로 대답했다. 구독자 아니겠느냐고.
나: “왜 그렇게 생각해?”
아들: “넷플릭스에 돈을 내는 사람들이 구독자들이니까.”
꽤 빨리 정답으로 간 아이에게 나는 영화 DVD를 우편으로 배달했던 넷플릭스의 초기에 관해서 설명해주고, 그때도 구독자들의 증감 추세가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을 위해서 쓰는 비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윤율에 대해 설명했다. 또 구독자와 매출 그리고 이윤에 따라 바뀌는 성장 추세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기업의 가치는 결국 이윤 액수와 성장률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첫 레슨을 끝냈다.
그런데 이미 보도됐듯 넷플릭스의 주가는 4분기 결과 보고 직후 20% 넘게 하락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아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구독자가 830만명이나 늘었는데 왜 주가가 그렇게 많이 떨어졌느냐고. 그래서 나는 답했다. 과거 성과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기대치가 현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보다 회사의 성과나 성과 예측이 높을 때와 낮을 때 각각 주가가 오르고 내린다는 것도 설명해주었다. 즉 2021년 4분기에 더한 구독자의 수는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였던 830만명과 일치했으나, 경영진이 예측하는 올해 1분기 추가 구독자의 수는 250만명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였던 580만명을 크게 밑도는 이 예측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주식을 팔게 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아들이 또 물었다. 전 세계 유료 구독자가 현재 2억2200만명이나 되는데, 오는 3개월 동안 늘어날 구독자가 300만명 적을 거란 예측 때문에 주가가 그렇게 크게 폭락할 수 있느냐고. 게다가 주가가 최고치였던 11월 중순보다 40% 넘게 떨어지지 않았느냐고.
나: “그래서 너는 지금 넷플릭스를 사야 할 것 같아?”
아들: “모르겠어.”
아들 말이 맞는다. 이런 결정을 자신 있게 하려면 넷플릭스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나는 아이에게 기업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이 여럿 있다고 알려주었다. 자신만의 방법을 정해서 투자하려는 기업의 가치를 계산해야 한다. 그래야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이 절호의 기회인지, 위험한 유혹인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몇몇 증권회사를 소개했다. 데이비드는 과연 어떤 투자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