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정원에서 관광객들이 "'터키'에 터키(turkey·칠면조)가 있네!"라며 칠면조 사진을 찍고 있다.

“‘터키’에 터키(turkey·칠면조)가 있네!”

지난 2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에 있는 정원에서 한 관광객이 영어로 말했다. 정원에는 칠면조를 비롯해 공작, 닭 같은 동물이 각기 무리지어 다니고 있었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칠면조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지난 6월 터키 측의 국호 변경 요청을 유엔이 받아들여, 터키의 국호가 튀르키예(Türkiye)로 바뀌었다. 튀르키예는 자국민들이 이미 부르던 국명. 터키어로 ‘튀르크인의 땅’을 뜻한다. 국제사회에서 널리 쓰이던 ‘터키(Turkey)’라는 이름은 영어식 표현으로, 칠면조라는 뜻도 있어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또 영어 단어 ‘터키’에는 ‘멍청한 사람’ ‘겁쟁이’라는 뜻도 있는데, 정작 터키의 어원인 ‘튀르크’는 ‘용감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국호의 의미가 정반대라는 지적도 배경이 됐다.

이번 국호 변경을 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문명,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신대학교 중동연구원 김종일 교수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오스만튀르크 제국에서 튀르키예 공화국으로 바뀌던 시기, 현지인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터키’가 국제사회의 국호로 붙여졌다”고 했다.


국호가 바뀐 뒤, 튀르키예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기자가 만난 현지 반응은 “터키어 뜻을 국제사회에 알리게 돼 좋다”는 환영과 “졸속으로 추진해 실효성이 없고, 경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으로 갈렸다. 안탈리아주 카쉬에 사는 무자페르(30)씨는 “주변 국가에서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꾸꾸꾸’ 칠면조의 기묘한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조롱한 일도 있었는데, 앞으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반겼다. 반면 안탈리아에서 만난 일마즈(45)씨는 “완전히 바보 같은 결정”이라며 “리라화 가치 폭락, 물가 상승 같은 심각한 경제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국호 변경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호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터키’가 통용되고 있어 혼란도 빚어진다. 숙박 예약 사이트에선 검색어에 ‘터키’를 입력해야 비로소 숙소를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튀르키예 문화관광부에선 여행사들에 공문을 보내 “새로 바뀐 국호 명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구글 번역기에도 아직 변경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옛 명칭인 터키를 입력해야 한다. 아나톨리아 괴레메 지역에 사는 에네스(38)씨는 “외국으로 택배를 보내거나 송금할 경우, 튀르키예라는 명칭을 쓰면 처리가 안 된다”며 “여전히 많은 곳에서 터키를 사용하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했다.

현지인도 관광객도 영어로 말할 땐 터키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온다. “터키, 아차차! 튀르키예는…” 이스탄불 출신인 바키(38)씨와 영어로 이야기하는 내내 튀르키예와 터키가 반반 섞여 나왔다. 그는 “타국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설정할 때 나라 선택 항목에 여전히 ‘터키’로 적혀있더라. 튀르키예가 튀르키예로 언제쯤 온전히 불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 이스탄불=구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