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내일 미국에서 가장 바쁜 곳은? 중식당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폭스뉴스는 “성탄절 미국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중국음식(Chinese food)”이라고 지난 2019년 보도했다. 그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구글에서 집계를 시작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음식’ ‘중국음식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때 문 여는 중국음식’은 성탄절 가장 많은 이들이 찾아보는 검색어다. 폭스뉴스는 “중식당 식사가 미국의 성탄절 전통으로 굳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알함브라시(市)에 있는 한 중식당 주인은 지난해 온라인 매체 LA이스트와 인터뷰에서 “성탄절은 연중 가장 바쁜 날”이라며 “저녁 식사는 팀당 1시간 30분씩, 오후 4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테이블당 5팀을 받았다”고 했다. 워싱턴DC의 한 중식당 주인은 “성탄절 점심과 저녁 예약은 1년 전부터 들어온다”며 “단골들은 식사 후 계산하면서 다음 해 성탄절 예약을 잡는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중식당 주인은 “코로나로 식당이 문 닫았던 기간에도 배달 주문이 성탄절에 특히 많았다”고 했다.
성탄절 중식당에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식사하는 미국의 풍습은 1930년대 뉴욕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이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유대인이 성탄절 중국음식을 먹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35년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코셔(Kosher·유대인 식사 율법) 크리스마스’라는 책을 쓴 랍비 조슈아 플라우트(Plaut)는 “늦어도 1950년대에는 유대인 가족은 성탄절마다 중식당에서 식사하는 게 관습으로 굳었고, 차츰 미국 전체의 전통으로 확산했다”고 했다.
유대인은 성탄절을 명절로 지키지 않는다. 반면 이탈리아, 독일, 멕시코 등 유럽과 중남미 기독교권 출신 이민자들에게 성탄절은 한민족의 설이나 추석에 버금가는 연중 최대 명절. 온 가족이 모여 성탄절을 지키기 위해 식당 문을 닫는다. 평소처럼 직장에 출근한 유대인들이 성탄절 당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중식당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지금이야 연중 내내 문 여는 일본·한국·베트남·태국 등 아시아 식당이 뉴욕과 미국 전역에 흔하지만, 1930년대 뉴욕에는 유럽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외에는 중식당이 유일했다. 플라우트 랍비는 “유대계와 중국계 미국인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한 시기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로 겹친다”며 “이민 초기 유대인들과 중국인들이 정착한 지역이 서로 붙어 있었다는 점도 유대인들이 중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라고 했다.
중식당에서는 유대인들이 코셔를 지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코셔에서는 동물의 고기와 젖을 함께 요리하는 걸 금한다. 서양 음식은 소·돼지고기와 우유·크림·치즈 등 유제품을 함께 조리하는 경우가 흔한 반면, 중국음식에서는 유제품 사용이 드물다. 물론 코셔에서 금하는 돼지고기와 조개류, 갑각류는 다양하게 활용한다. 플라우트 랍비는 “중식에서는 코셔가 금하는 식재료들을 잘게 다져 사용하거나 만두로 싸서 보이지 않게 조리하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코셔를 어긴다는 죄책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했다.
성탄절 미국 중식당에서 잘 팔리는 메뉴는 매콤 달콤 짭짤한 ‘제네럴 초 치킨(General Tso Chicken)’, 참깨를 듬뿍 뿌린 ‘세서미 치킨’, 새콤달콤한 오렌지 소스를 끼얹은 ‘오렌지 치킨’ 등 닭 요리가 많다. 유대인 입장에선 코셔를 위반하지 않는 안전한 메뉴들이고, 유럽·중남미계 미국인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인 닭·칠면조 오븐 구이를 연상케 하는 메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