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 나오는 장수 이름이 아니다. 장어 양식장도 아니고 여관이나 중식당도 아니다. 양만장을 안다면 당신은 주말에 야외에서 속도를 즐기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구글에서 양만장을 검색하면 오토바이 사진이 뜰 것이다. ‘바이크 라이더의 성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양만장은 ‘양평 만남의 광장’의 줄인 말. 경기도 양평군 6번 국도 강릉 방면에 있는 휴게소다. 양만장은 생긴 지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바이크족(bike族)에게는 서울 동쪽의 대표적 집결지이자 시원하게 타고 갈 수 있는 출발점으로 통한다. 주말이면 오토바이가 득시글하다. 여기서 주유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한다. 강화도 옆 교동도에는 양만장을 흉내낸 강만장(강화 만남의 광장)도 등장했다.
봄기운과 함께 라이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는 지난달 24일 전국 지점별로 ‘웨이크업 투어’ 행사를 열었다. 웨이크업(wake-up)이라는 말처럼 잠자던 오토바이를 깨우고 시즌 개막을 알리는 자리. 2000여 명이 참여해 오토바이와 장비를 점검했다. 돼지머리도 놓고 안전한 라이딩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들은 왜 오토바이를 탈까. 경력이 25년쯤 됐다는 김원중(58)씨는 “기본적으로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주말 일탈”이라며 “우리가 가끔 과속을 하지만 죄책감을 느끼는 라이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이 후면에 있다. 촬영이 안 되니 단속 카메라도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할리는 평균 시속 80km 정도지만 BMW나 두카티 등 이른바 R차(경주용 오토바이)는 시속 200km를 쉽게 돌파한다. 양만장을 출발해 멀리 갈 경우 강원도 속초까지 당일에 찍고 온다. 한 라이더는 “한강과 풍광을 보며 달리면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방감으로 가슴이 뻥 뚫린다”며 “그 맛에 중독돼 이걸 탄다”고 했다.
하지만 자가용 운전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들의 속도와 소음에 놀라곤 한다. 때론 무서울 정도다. 소음기를 떼고 시끄럽게 과시하는 속칭 ‘양아치’도 있다. 바이크족 사이에서 자정 작용이 있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왜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일까. “여럿이 타지만 사실 혼자 타는 거예요. 동상이몽처럼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합니다.” 외로운 이들이 오늘도 양만장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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