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 보이는 대기업 직원 박준호(30)씨. 그는 사실 ‘이런 운명도 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스토리를 가진 청년이다. 연세대 재학 중이던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하려고 세월호를 탔다가 침몰 직전에 구조됐다. 아비규환 선실, 자식 잃은 부모들의 절규는 악몽이 됐다. 그러나 “아픈 사람으로 남기 싫다”며 두 달 만에 최전방에 입대했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수색 정찰 중 북한의 목함 지뢰 공격을 당했다. 당시 영구 장애를 입은 하재헌 하사와 김정원 하사 바로 뒤에 있던 의무병 ‘박 상병’이 바로 박준호씨다.
두 번이나 죽음이 비켜 갔고, 두 번이나 귀한 삶을 다시 얻었다. 그러나 박씨는 인터뷰에서 “내가 특별한 운명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갖고 살더라. 모두가 각자의 지옥에서 살면서 버티는데, 내 상처만 봐달라고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10주기가 다가온다. 참사를 추모하는 편과 추모하지 않는 편으로 두 쪽 난 나라. 그리고 적의 도발에 다친 우리 장병을 폄훼하는, 어딘가 고장 난 나라. 그런 한국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묵묵히 이 사회를 떠받치는 서른 살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 B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