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4′를 보는데 조선족 건달 장이수(박지환)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배우에게도 중력이 있다. 등장만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 아우라로 불러도 좋다. 이 흥행 시리즈의 빌런(악당)은 매번 달라졌지만 장이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비중이 커진 인물이다. 본편 또는 쿠키영상(특별출연)으로 늘 출연했다.
몇 해 전 배우 박지환을 만나고 두 번 놀랐다. 내 또래겠거니 했는데 1980년생이었다(장이수와 마석도는 1971년생 동갑). 박지환은 또 “인생의 목표는 4등”이라고 했다. 금·은·동메달도 아니고 4등이라니. 동생아 야망을 가져야지, 말하려다가 말았다. 스무 살 때부터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가 마흔이 넘도록 “인생 목표는 4등”이라고 한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장대비라면 장이수는 가랑비다. 가랑비도 오래 맞으면 젖는다. 박지환은 최근 5년 동안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봉오동 전투’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등에서 강한 불도장을 남겼다. 이 배우에게 우리는 조금씩 취해 갔다. “니 내 눈지 아니?”라고 장이수가 묻지 않아도 이젠 대중이 먼저 그를 알아본다.
‘범죄도시4′는 천만 관객을 바라본다. 압도적 힘을 가진 괴물 형사가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권선징악만으로는 3연타석 흥행 홈런을 설명하기 어렵다. 관람 후기를 보면 장이수의 지분이 상당하다. 이번에는 포르쉐를 타고 구찌 등 명품을 휘감고 있지만 “또, 또 사람 못 살게 굴려고 또!”라는 대사로 관객을 무장 해제 해버렸다. “장이수가 준 웃음이 영화를 하드 캐리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박지환은 왜 4등이 목표일까. 배우가 들려준 답을 옮긴다. “전국 체전에서 4등을 한 사람의 얼굴, 그게 어쩌면 소시민의 얼굴 아닐까요?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잖아요. 아무리 해도 3등 안에 들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런 인물을 잘 그려야 작품도 잘 ‘서는’ 것 같아요.”
인생의 풍파를 겪고 상처도 많은 사람은 1등, 2등, 3등도 아니고 4등이라는 뜻이었다. 박지환에게 주인공은 꿈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였다. 악역을 주로 맡아 왔지만 아쉽거나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크든 작든 좋든 나쁘든 그 인물들을 알아가면서 외롭지도 않았다고. “앞으로도 욕심 내지 않고 4등을 목표로 꾸준히 달리겠다”는 말이 복음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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