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매우 재미있는 기사가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 밈 코인($TRUMP)이 거래소 상장과 동시에 70달러까지 오르며, 전체 시가총액 15위를 찍었다. 트럼프 가족과 관련한 회사가 전체 물량의 80%를 소유하고 있기에, 명실공히 트럼프 코인이라 불릴 만하다. 멜라니아 트럼프도 별도의 밈 코인($MELANIA)을 상장했다.
여기서 우리는 트럼프 2기에선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다. 관련하여 자산 시장 관점에서 트럼프 정책 중 유심히 볼 부분은 관세정책(그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디지털 자산(가상자산) 활성화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60%에서 최대 100%까지 높은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정책이 실행되면, 재화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제품에 관세가 붙으면, 제품을 수입한 미국 기업은 추가로 지출한 돈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결국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미국이 관세를 매긴 국가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가령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붙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서로 부과하면 세계적으로 물건 값이 오르는, 이른바 ‘관세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원자재와 부품을 많이 수입하는 만큼, 관세전쟁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부품 가격이 오르면 제품 생산 단가와 최종 가격도 인상된다. 수입 물가 역시 오르게 될 것이다. 관세전쟁은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을 견인할지 모른다.
트럼프 밈 코인과 멜라니아 밈 코인은 트럼프가 디지털 자산에 친화적임을 보여준다.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화하겠다는 정책안(미국이 100만개 확보)이 현실화되는 경우, 디지털 자산 시장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다른 국가들도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 자산 시장 내부의 작동 방향을 보면, 디지털 자산이 성장할수록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주로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 자산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거래 안정성을 높이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돼, 디지털 자산 시장의 결제 및 유동성 중심 통화로 작용하고 있다.
이 스테이블 코인의 90% 이상이 USDT와 같은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다. 즉 디지털 자산 시장이 성장할수록 미국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강달러가 실현되는 것이다. ‘달러 패권의 디지털화’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강달러는 대세가 될지 모른다.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를 의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화의 약세는 수출 기업에는 좋을 수 있으나, 수입 물가를 자극하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논지를 약술하면 관세전쟁과 디지털 자산 정책은 인플레이션과 강달러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 시각을 돌려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이며 우리 경제 참여자들은 어떤 액션을 취할지 생각해 보자. 2023년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처참하다. 잠재성장률(2%)에도 못 미치는 1%대가 지속되고 있고, 저성장이 다년간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지고, 우리가 다시 인플레이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정책 당국은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펴야 하나, 지나친 감세로 국고는 비어 있다. 경기를 진작하려면 이자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서는 이자율을 동결하거나 올려야 한다. 1월 한국은행 금리 동결은 이 고민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금리 동결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기가 너무 안 좋고 나라에 돈이 없다. 우리가 맞이할 상황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강달러(약원화)인데, 그렇다면 경기 방어를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올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 주식, 부동산, 디지털 자산 중 어디에 손이 갈 것인가? 밸류 업을 그렇게 외쳤으나, 누구나 동의하듯이 한국 주식시장 상승엔 한계선이 존재한다. 미국처럼 지속적으로 천장을 뚫고 올라가진 않는다. 그렇다면 강달러의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안은 디지털 자산과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게 필요하나, 디지털 자산 투자는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변동성도 더 높다. 12·3 계엄 이후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일시적 침체 상황에 빠졌다. 따라서 초기에는 디지털 자산 투자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헤지의 좋은 수단이다. 필자의 소견으론 당분간 서울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급매 위주의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높아진 시공 단가가 부동산 공급을 더 위축시키고 있기에, 또다시 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지금부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공급 측면에서 환율 변동과 이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으로의 전이 가능성(부동산 시공비 상승 시뮬레이션) 그리고 수요 측면에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전이될 가능성(시점과 규모)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대선 정국에 돌입하더라도, 2024년 하반기 국토부와 서울시가 제안한 서울 근교 부지 확보를 통한 대규모 분양 계획 집행, 그리고 한국은행과 필자가 제안한 ‘한국형 NEW 리츠’ 안의 정책화는 실무 선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
2024년 상반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은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않는 가운데 나타났다. 2025년 하반기 혹은 2026년 상반기 역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서울 아파트 공급은 작년보다 더 힘들어졌고 이자율은 더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