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세종시 장군면 대전공원묘원을 찾은 사람들이 성묘를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핵심 주제는 산분장(散粉葬)이었다. 화장한 골분을 뿌려서 장사 지내는 산분장이 가능한 장소를 “육지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해양과 산분을 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을 마련한 장사 시설”로 개정하였다. 필자의 부모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에 그럴 일은 없겠으나, 필자의 주소지 ‘순창과 해양 산분장’을 가정하여 상상해본다.

3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꽂고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사망진단서를 받은 후 읍내 장례식장으로 옮긴다. 3일장 부고를 낸다. 어색한 조문객들과 조화(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꾼들)도 하나둘씩 보인다. 화장장을 알아보아야 한다. 순창에는 화장장이 없다. 남원 화장장을 알아보니 꽉 찼다. 하루를 기다리거나 전주나 광주 화장장으로 가야 한단다. 어렵사리 화장까지 마쳤다.

순창에서는 고창이나 부안 바닷가 5㎞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배는 어디서 누구에게 빌리지? 마침 영업용 ‘산분선(散粉船)’이 있어 그 배를 빌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폭풍으로 배가 못 나간다고 한다. 하루를 더 기다렸다. 돌아가신 지 5일 만에 산분장을 마쳤다. 장례의 동선·시간·비용을 따져 보니 장례 2번 치르다간 큰일 나겠다.

보건복지부가 장례법을 개정할수록 꼬여만 간다. 유교와 기독교를 믿는 이들은 ‘마땅히’ 매장을 해야 한다. 인간은 땅에서 와 땅으로 간다는 말씀도 성경에 있거니와, 성경은 “불과 유황이 타는 못”으로 슬피 울며 가야 할 자들도 적시한다. “양과 염소” 가운데 무엇이 되어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 어린 양은 천국으로, 못된 염소는 유황이 타는 불못으로 간다. 청교도 정신으로 자본주의 세계 강국을 이룬 미국인들이 100% 매장을 하는 이유다. 화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불교를 믿는 분들은 화장을 해야 그 신앙관에 부합한다.

‘매장은 국토 훼손 주범이며 화장은 친환경’이라는 논리는 사설 공원 묘원 업자들의 음모론이다. 이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역사학자 김기덕 교수(건국대)가 ‘한국의 매장 문화와 화장 문화’라는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인터넷 검색 가능). 최근 온난화 주범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방출이다. 화장은 온난화 주범 가운데 하나다.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게 시신을 깊게 묻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매장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향을 떠났지만 죽어서 고향 선산에 묻히고 싶은 사람이 많다. 3가지 문제 때문에 그게 쉽지 않다. 첫째, 벌초해 줄 사람이 없다. 둘째, 멧돼지가 봉분을 파헤친다. 셋째, 마을 사람들의 텃세다. 필자가 사는 순창 마을 이야기이다. 마을에서 살다가 서울로 떠난 이씨가 죽어서 조상님 곁에 묻히기 위해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산송장 들어갈 수 없다”며 길을 막았다. 기가 막힌다. 한때 한마을에서 살았던 사람에게도 텃세를 부렸다.

지방 소멸 위기의 가장 큰 내재적 원인은 ‘텃세’다. 그런 텃세가 있는 시·군 지자체는 차라리 소멸해야 마땅하다. 대안은 무엇인가? 마을마다 ‘동네 땅’ 혹은 ‘동네 산’이 있다. 그곳을 ‘마을 공동 묘원’으로 조성한다. 고향에 묻히고 싶은 출향인에게 실비로 분양한다. 분양과 관리는 마을 공동체가 담당한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일거리가 생기고 마을 재산이 늘어날 것이다. 출향인들은 성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옛 친구·친지들을 만난다. 고향 방문이 잦다 보면 아예 귀향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것을 ‘귀향장(歸鄕葬)’이라 이름 붙였다. 마을마다 귀향장을 위한 작은 공동 묘원을 설치하기를 제안한다. 지방소멸을 방지할 대책 가운데 꽤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