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감기 치료제로 시작된 따뜻한 칵테일 핫토디./게티이미지코리아

일주일 전에는 “춥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입춘발 한파. 따뜻한 위로가 절실했다. 그럴 때 딱 맞는 게 있다. 핫토디(Hot Toddy). 위스키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칵테일이자 겨울철 감기 특효약으로도 통하는 음료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그런 날씨에 위스키를 뜨거운 물과 섞어 마셨다. 아니, 어쩌면 그런 날씨 때문에 위스키가 발명된 걸지도 모른다. 스카치계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레이철 배리도 유년기 시절, 할머니께서 타 주신 핫토디로 위스키에 입문하게 됐다. ‘할머니표 감기약’인 셈.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는 핫토디가 감기 치료제로 알려졌다. 당시 의사들은 위스키에 레몬과 꿀을 넣어 뜨겁게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감기도 물러난다고 처방했다. 꿀과 따뜻한 음료가 혈액 순환을 돕고 레몬의 비타민 C가 면역력을 높여줬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술꾼들은 ‘술로 병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없던 병까지 지어내 앓았을 것이다.

‘토디(Toddy)’라는 단어 자체는 인도에서 유래했다. 17~18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대추야자 수액으로 만든 술을 ‘토디’라 불렀고, 스코틀랜드로 건너오며 오늘날의 핫토디가 탄생했다. 이때만 해도 증류주의 풍미가 거칠었다. 부드럽게 마시기 위해 뜨거운 물과 꿀, 향신료 등을 섞어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핫토디의 시초였다고 전해진다.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위스키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음료인 셈이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서늘한 날씨에 제격이었을 것 같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재료는 위스키, 뜨거운 물, 꿀, 레몬. 먼저 위스키 1온스를 따르고, 뜨거운 물을 1/4컵 붓는다. 거기에 꿀, 레몬즙까지 뿌려 넣으면 완성. 취향에 따라 계피 스틱을 넣어 저어주면 기분 좋은 시나몬 향이 코를 감싸고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프랑스의 뱅쇼나 겨울철 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즐겨 마시는 따뜻한 와인인 글뤼바인과도 닮았다.

참고로 평소 바닐라 향이 좋다면 버번위스키를 기주로 사용하면 좋다. 훈연된 느낌을 원한다면 피트 계열의 스카치위스키를 쓰면 된다. 기호에 따라 브랜디나 럼을 넣어도 무방하다.

핫토디는 일종의 겨울철 생존 전략이다. 술꾼들은 술을 마시면서 ‘난 지금 건강을 챙기는 중’이라는 자기 합리화까지 가능하다. 요즘 같은 날씨에 핫토디 한 잔을 만들어 보자. 첫 모금에 몸에 온기가 퍼지고, 두 번째 모금에서는 피곤함이 녹아내릴 것이다. 세 번째 모금이면 세상이 살 만하게 느껴질 것이다. 과음은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