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식(원빈)은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가 “아저씨”라고 불러주기 전까지 주검처럼 살아왔다. 특수부대 요원으로 복무한 그는 가족을 잃고 전당포에 숨어 지낸다. 소미는 클럽 댄서로 일하는 엄마가 마약 기운에 신음하거나 같이 죽자고 할 때 아저씨한테 달려온다. 소미가 범죄 조직원들에게 납치되자 태식은 싸움을 시작한다.
2010년에 개봉한 이 액션 영화 ‘아저씨’를 끝으로 출연작이 없는 배우 원빈씨가 오랜만에 카메라에 잡혔다. 배우 김새론씨의 장례식장에서 그는 울고 있었다. 세상을 등진 남자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소녀가 소통한 그 영화보다 현실은 훨씬 잔인했다.
김씨는 지난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 아역 모델로 출발해 2009년 배우로 데뷔한 그녀는 비범한 연기력을 보여준 충무로의 기대주였다. 하지만 2022년 5월 음주 운전을 하다 변압기를 들이받으면서 모든 길이 막혔다. 죗값을 치르고 자숙하며 영화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황색 언론들이 물어뜯었고 악플이 달렸다. 생활고로 카페에서 일하는 것조차 내버려두지 않았다.
김씨의 개인사는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가며 숱한 난도질을 당했다. “결혼설 해프닝 후 뜬금 근황” “매끈한 피부, 생활고 맞아?” “요란한 자숙, 예의는 어디로 갔나”처럼 선정적 제목을 붙인 기사들이 이어졌다. “문제 있는 배우 쓸 거냐?” “이래도 하차 안 해?” 등 댓글도 험악했다. 조회 수 장사와 악플의 무한 반복.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었다. 죽어야 끝나는 나라인가. 비관한 김씨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사회적 살인이다. 그녀는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조롱과 비난은 인간적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 한 영화인은 “클릭 수에 혈안인 황색 언론과 조회 수에 목매는 유튜버들, 증오심에 불타는 악플러들이 공동정범”이라며 “거의 ‘죽어라, 죽어라’ 몰아붙이던 그들이 ‘김새론 배우가 사망했다’고 쓴 부고 기사는 얼마나 끔찍하고 역겨운가”라고 했다.
포털이라는 플랫폼이 좌판을 깔면 언론이 입점해 호객용 기사를 올리고, 댓글러가 참전할 수 있도록 물어뜯기 좋은 먹잇감을 던진다. 악플은 누군가를 죽도록 패는 몰매, 집단 광기로 확장된다. 그 마녀사냥을 멈춰라. 피어나지도 못하고 청춘이 졌다. 겨우 스물다섯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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