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생김새인 ‘이목구비’를 논할 때 귀는 사실상 논외로 쳤다. “그 사람, 만나 보니 귀 모양이 내 이상형과는 다르더라” “두개골에 붙은 귀의 위치가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 같은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랬다.
“붙이니까 귀가 뿅 생겼어요. 이 테이프 없으면 약속 못 나가요.”
맙소사, ‘귀가 생긴다’는 테이프가 등장했다. 여기서 ‘귀가 없다’는 정면에서 봤을 때 귓바퀴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쌍꺼풀 테이프’처럼 귓바퀴 뒤에 단단한 고정용 테이프를 붙여 누워 있던 귓바퀴를 세운다. 요즘 ‘요정 귀 테이프’ ‘누운 귀 교정 스티커’라고 불리며 외모에 신경 쓰는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란다.
귀의 형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귀 모양을 위해 필러를 넣고,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다 하다 예쁜 귀 모양까지 신경 써야 하나. 과거 정면에서 볼 때 도드라지는 귀는 ‘당나귀 귀’라 불리며 일각에선 교정 대상이 되기도 했다.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귓바퀴의 가장 높은 부분이 머리로부터 2cm보다 멀리 떨어진 경우 그렇게 불렀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귀를 갖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귀 테이프 상품의 품평 리뷰가 많게는 5000개 가까이 달린다. 시술을 하기도 한다. 귀를 세우는 동시에 ‘칼귀’ 교정이라며 얇고 밋밋한 귀 전체 혹은 귓불에 필러를 넣어 볼륨감을 키운다는 것. 귓바퀴 뒤 얇은 보형물을 넣는 성형 수술까지 한다. 성형∙시술 정보 플랫폼 바비톡이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귀 필러’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00% 이상 급증했다.
젊은 층 일부가 귓바퀴에 신경 쓰는 것은 “정면에서 귀가 보이면 동안 효과를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귓바퀴가 옆으로 솟아 있어야 얼굴의 가로 폭이 상대적으로 좁아 보여 작고 갸름한 ‘동안 미모’를 완성시킨다는 것. 밋밋한 귀는 얼굴을 평면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머리를 묶었을 때 도드라지는 귀가 “요정 같다” “통통하고 귀엽다”는 이유도 있다. 아이돌 장원영이나 해린 등이 요정 귀의 대명사처럼 불리자 귀 모양을 고민하는 초등생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원해서 산다” “제가 먼저 써 보고 안전하면 아이에게 권하겠다”는 부모의 귀 테이프 후기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교정 시도나 시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귀 테이프는 접착제 성분 때문에 발진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성형·피부과 전문의를 인용해 “K팝 아이돌 사진을 들고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지만, 귀 필러는 위험하기에 추천하지 않는다”며 “필러를 주입하면서 바늘이 혈관을 건드리면 귀에 혈종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과거 도드라진 귀가 교정 대상이던 것처럼 언제 유행이 끝날지 알 수 없다. 다음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과거 여권 사진에서 귀가 보여야 했을 때 저는 정면 사진을 찍어도 귀가 보이지 않았어요. 사진관 아저씨가 측면에서 귀를 따로 찍어 합성해 줬습니다. 그 한을 이제야 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