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사람들은 작가가 늘 상상력을 발휘하고, 사건과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지어내고, 무(無)에서 스토리를 상상해 낸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아주 흔한 오해다. 사실은 그 반대다. 대중에게 작가로 알려지면 그때부터는 대중이 작가에게 인물과 사건을 가져다준다. 잘 지켜보고 귀담아듣는 능력을 유지하는 한 이야기들은 계속 찾아온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이 인용구로 시작된다.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이다. 하지만 모든 작가가 저런 호사를 누리진 못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따르면, 말년의 헤밍웨이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기를 그날 하루 글 쓰게 만들어주는 사람에게 200달러를 줬다고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일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쓰고 앉아 있네’는 문지혁 작가가 펴낸 책이다. 제목에서 다소 모욕적이고 비아냥거리는 느낌이 묻어난다. 그런데 사연이 있었다. 작가가 몇 년 전 지병으로 병원에 다닐 때 의사 선생님이 당부했단다. “이 병을 고치려면 두 가지를 조심하면 됩니다. 첫째는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하고, 둘째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해요.”

문지혁 작가가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 '소설 쓰고 앉아 있네'

문지혁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리 없는 의사 선생님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 참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오래 앉아서 스트레스 받는 게 제 직업인데요?” 선생님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작가는 진료실을 빠져나오면서 다짐했다. 언젠가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낸다면 제목은 ‘소설 쓰고 앉아 있네’로 해야겠다고.

쓸모가 많은 이 책에서 눈길을 오래 붙잡은 대목은 예열하기다. 프로 작가라 해도 작업실에 앉자마자 생각한 글이 술술 써지지는 않는다. 문지혁도 숱한 딴짓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자괴감), ‘역시 난 안 돼’(자기 비하), ‘오늘은 그만두자’(자포자기)를 반복하면서. 그것이 글쓰기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단계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물리적 작업실에서 내면적 작업실로 들어갈 때는 문지방, 연결 통로를 지나야 한다. 그는 이제 그 시간을 ‘거룩한 낭비’라고 부른다. 아무튼 그 구간을 통과해야 뭔가를 쓰는 시간이 시작된다. 문지혁은 거룩한 낭비에서 진짜 작업으로 건너가는 마법의 주문도 알려준다. “딱 한 문장만 쓰자”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다. 딱 한 문장. 거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작가 헤밍웨이는 "글을 쓰는 건 쉽다. 그냥 타자기 앞에 앉아서 피를 흘리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위키피디아

※ QR코드에 휴대폰을 갖다 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