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교에서 옴진드기에 의한 피부 감염병 발생 사례가 있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법을 안내합니다.” 지난 18일 광주 경신여고 측은 급히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옴 때문이다. 50~60년 전 유행하던, 후진국형 피부병으로 불리는 그 옴. 학교 측은 건물을 전부 방역하고, 학생들의 무릎 담요 등은 전부 가져가 세탁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얘기가 지역 맘카페까지 퍼지자 학부모들도 난리가 났다. “오메, 뭔 일이래요? 언제 적 옴이야.”
지난 10일에는 서울 삼육대에서도 옴 환자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남자 기숙사에 거주하던 학생 두 명이 간지러움을 호소하며 병원에 들렀다가 옴 감염 진단을 받았고, 이를 학교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삼육대 관계자는 “다음 날 즉시 건물 전체 소독을 완료했고 기숙사 내 모든 학생들에게 옴 발생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며 “해당 옴 환자 둘이 가족 관계인 만큼 다른 장소에서 옮아 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옴이 옮겨붙고 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옴, 그러나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옴 감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21년 4만8건, 2022년 4만1458건, 2023년 4만7930건으로 3년 연속 늘었다. 매달 전국에서 4000명 정도가 몸을 숙주로 내주고 있는 것이다. 옴은 옴진드기 배설물에 의한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일컫는다. 0.3~0.4mm 정도로 작지만, 끈질기게 살갗에 굴을 파 알을 까고, 끔찍하게 가렵게 하는 기생충. 약으로 박멸해도 가려움증은 2~4주 지속된다고. “재수 옴 붙었다”는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닌 것이다.
특히 고령층 비율이 높다. 주로 요양원 등지에서 집단 발병하는 추세. 피부 감각과 의사 표현 능력이 저하돼 발견이 늦고, 단체 생활로 인한 전파가 쉬운 환경 때문이다. 김동현 차의과학대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요양 병원 거주 인원이 늘면서 옴 감염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며 “흔히 옴을 ‘효자·효부가 걸리는 병’이라 할 정도로 간병하다 옮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되지 않아 발생 현황 추적이 어렵고, 이동 통제 및 격리 방제가 힘든 점도 옴이 스멀스멀 확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서울 ‘빅5’ 대형 병원에서도 옴 확진자가 발생했다. 2023년에도 역시 ‘빅5’ 병원에서 간호사·환자 등 대규모 옴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연구 과제 삼아 지난 1월 대한의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3차 진료 병원에서의 딱지옴 지표를 통한 원내 대규모 발병 관리’에 따르면, 그해 6월 장기 요양 병원으로 옮겨졌던 한 70대 환자가 다시 전원해 왔다. 피부 병변 등이 심각해 여러 치료가 진행됐다. 상태는 악화됐고 옴진드기 침투를 의심한 의료진이 현미경 검사를 시도했으나 보호자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8월 11일, 같은 병동에 머물던 환자 2명이 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접촉자는 734명, 확진자는 63명이었다. “확산을 막으려면 옴에 대한 의심의 문턱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옴 퇴치 국민건강사업’이 시작됐다. 대한피부과학회는 2023년 대한요양병원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관련 정보 및 상담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옴은 취약 계층과 노인층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질환”이라며 “요양 병원 등 집단 시설을 중심으로 선제적 예방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흔치는 않지만 사람에게서만 옮는 건 아니다. 서울의 한 방역 업체 관계자는 “입양한 애완견에게 주인이 옴을 옮아 집 전체를 소독한 사례도 있다”며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일주일에 2건 이상 방역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보통 옴진드기는 날이 따뜻한 4~10월 활발히 번식한다. 다행히 연고만 잘 발라도 완치가 가능하다. 처음 약을 바르는 2~3일 동안 옷이나 침구류는 계속 같은 것을 사용하고, 세탁 후에도 옴 생존 기간인 3일간은 사용하지 않는다. 전염성이 높은 만큼 환자 가족들도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치료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