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된다.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보다 지속 가능하고 정밀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정부 목표에 따른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오는 7일부터 적용된다.
◇기존 3→5단계로 세분화, 지역·전국 유행 구분
우선 기존 1·2·3단계로 나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1.5·2·2.5·3 단계 등 5단계로 세분화된다. 1단계는 생활속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생활방역 단계로 주 평균 국내 발생 일일 확진자 수가 수도권은 100명 미만, 타 권역은 30명 미만(강원·제주는 10명 미만)일 때 적용된다. 이 단계에서는 일상생활과 사회 경제 활동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시설이나 활동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이 의무화된다.
1.5단계와 2단계는 지역 유행 단계다. 1.5단계는 수도권 확진자 100명 이상(타권역 30명 이상, 강원·제주 10명 이상), 2단계는 1.5단계 기준보다 ①신규 확진자가 2배 이상 늘거나 ②2개 이상 권역 유행 지속 ③전국 신규 확진자 300명 초과 등 3가지 기준 중 1개 이상 충족시 적용된다. 1.5단계에서는 유행 권역에서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인원을 제한하는 등 방역이 강화되며, 2단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100명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유흥시설 등에도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타 지역에서는 1.5단계의 핵심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2.5단계와 3단계는 전국 유행 단계다. 2.5단계는 전국 신규 확진자 400~500명 이상 또는 기존 확진자보다 2배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는 ‘더블링’ 등이 나타날 때 적용된다. 마지막 단계인 3단계는 전국적 대유행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환자가 증가하고 의료체계가 환자를 원활하게 치료하지 못해 붕괴할 위험에 직면한 상황이다. 전국 800~10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수 증가가 나타날 때 적용된다.
2.5단계에서 전국 국민은 가급적 집에 머무르며 외출·모임과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 권고된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50명 이상의 모임·행사를 금지하며, 주요 다중이용시설은 밤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한다. 최고 단계인 3단계까지 격상될 경우 모든 국민은 원칙적으로 집에만 머물러야 하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10인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되며, 음식점·상점·의료기관 등 필수시설 이외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운영을 중단한다. 2.5단계까지는 위험도가 낮은 지역에선 방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방역 조치를 조정할 수 있지만, 3단계에서는 전국적 공통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완화된 조치도 시행할 수 없다.
중대본은 각 단계 적용시 일일 확진자 수 외에도 ▲주 평균 60대 이상 확진자 수 ▲중증 환자 병상 수용 능력 ▲역학조사 역량 ▲감염재생산 지수 ▲집단감염 발생 현황 ▲감염 경로 조사중 사례 비율 ▲방역망 내 관리 비율 등 7가지 지표를 보조 지표로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2.5~3단계 격상 시에는 중증환자 병상수용능력이 중요한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전문가들 “개편 방향 바람직, 일부 기준은 여전히 모호”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에 대해 방역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기존 3단계로 나뉘었던 거리두기는 단계별로 격차가 너무 커서 실제로는 어중간한 수준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국민들의 혼란도 컸다”며 “단계를 세분화하고 각 단계별 수칙이 보다 명확해지면서 좀더 실효성 있는 거리두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단 여전히 일부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5단계 격상 기준인) ‘전국 신규 환자 400~500명 이상’이란 수치 등이 여전히 두루뭉술하다”며 “좀더 예측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최고 단계인 3단계 역시 ‘락다운(lockdown·봉쇄령)’에 준하는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거리두기 단계 설정도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