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손상으로 산소 치료가 필요한 국내 코로나 위·중증 환자는 15일 0시 기준 205명으로 지난 1월 국내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역대 가장 많았다. 14일 집계된 코로나 사망자는 13명으로, 하루 사망자도 코로나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 1~14일 2주간 사망자는 74명으로 11월 한 달간 확인된 사망자(60명)의 1.2배다.
한 예방의학 교수는 “지난달 초부터 주로 무증상·경증인 40대 이하의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3차 유행이 확산하면서 가족 등에게 감염된 60세 이상 확진자가 늘고, 시차를 두고 중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3차 대유행 충격파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경고대로 젊은 층의 무증상·경증 위주 감염이 고령층, 고위험군으로 확산하는 충격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5일 “때를 놓쳐선 안 되겠지만 성급한 결정도 금물”이라며 “(거리 두기) 최고 수준인 3단계로의 격상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거리 두기 단계 상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목소리를 정부가 듣지 않았다”며 “시기를 놓치면 중환자가 폭증하면서 중국 우한이나 유럽 이탈리아 등지에서 나타난 의료 시스템 붕괴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중환자 더 늘 것, 치료 역량 늘려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집계한 지난 14일 코로나 중환자 병상은 전국 43개다. 수도권은 서울 4개, 경기도 1개에 불과하다. 정부가 중환자 병상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환자가 증가하는 속도가 빠른 것이다. 205명의 위·중증 환자 중 162명(79%)이 수도권에 집중돼 병상 부족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늘 발생한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는 사실 1~2주 전 확진자”라며 “당시는 지금보다 확진자 더 적었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환자 치료 역량 강화와 병상 확보를 주문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중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진 차출 유도, 무증상·경증 환자의 이송 등을 통해 병상을 확보하고 중환자 병상을 통해 치료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형 민간병원 중환자실을 확보하려면 지난 5월부터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다”며 “늦었지만 대구·경북 1차 유행 당시 코로나 환자만 받았던 동산병원과 같은 역할을 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시설·요양병원 등에 대한 선제 검사를 확대하는 등 고위험군 위주의 진단 검사, 치료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고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5일 “앞으로 3주 동안은 고위험시설에 주 2회 정도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정확한 일정과 대상 인원은 밝히지 않았다.
◇거리 두기 상향도, 선제 검사도 늦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월 들어 국내 코로나 유행이 확산일로를 걷는 이유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정부의 원칙 없는 늑장 방역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10월 확진자 수가 당시 기준으로 거리 두기 2단계(하루 50명 이하) 수준이었지만 1단계로 낮췄다. 이후 거리 두기 기준을 대폭 완화한 현행 5단계 체계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11월 초부터 선제적으로 거리 두기 상향을 주문했지만 정부의 단계 격상은 이보다 늦어 ‘늑장 방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감염학회 등이 거리 두기 2단계 이상으로 상향이 필요하다고 지난달 20일 주장한 뒤 나흘이 지나서야 수도권만 거리 두기를 2단계로 상향했다. 지난달 24일 전국 거리 두기 2단계 상향 기준인 전국 하루 평균 4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지만 약 보름이 지난 지난 8일에야 상향 조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한 선제 검사도 14일에야 수도권에 임시 선별검사소를 설치하면서 뒤늦게 확대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원칙을 정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거리 두기 기준도 지키지 않고, 단계 쪼개기 방역을 계속하고 있다”며 “방역은 ‘사이언스’, 즉 과학의 영역인데 전문가들 말을 안 듣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