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무서운 것은 각종 성인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비만 환자는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당뇨 위험도는 약 2.5배, 고혈압 위험도는 약 2배 높다. 고도 비만 환자는 당뇨와 고혈압 위험도가 각각 4배, 2.7배 이상까지 높아진다. 영국 공중보건청은 작년 7월 보고서에서 “비만이 코로나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을 40% 높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가 비만을 부르고 비만이 다시 코로나 사망 확률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을 이미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체중 증가와 활동량 감소는 치명적이다. 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살이 찌면서 혈압과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들을 정말 많이 보고 있다”며 “소위 ‘생활 습관 병’으로 불리는 당뇨·고혈압 등 환자들에겐 코로나로 인한 생활 환경 변화가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검진 결과 당뇨 검사 항목인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상승하고, 이상지질혈증 검사 항목인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 질환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운동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점, 집에서 간식 섭취가 늘어난 점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도, 의료 서비스나 운동 시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도시들은 비만 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국민 체질량 지수' 자료를 보면 비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제주(43.7%)와 강원(43.4%)이다. 각종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 음식 유혹이 많은 서울(36.1%)·대구(36.4%)·부산(37.3%) 등 대도시는 오히려 가장 비만율이 낮은 지역에 속했다. 특히 제주도와 강원도의 ‘고도 비만’과 ‘초고도 비만’ 인구도 각각 8.1%, 7.4%로 전국 평균(6.4%)보다 훨씬 높았다.
오상우 동국대 의대 교수는 “공기 좋은 지방에 살면 환경 친화적 음식을 많이 먹고, 많이 걷고, 운동도 많이 하는 등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있다”고 했다. 인구가 적은 지방일수록 서울 같은 대도시에 비해 실내 체육 시설이나 운동 기구가 설치된 공원 등이 적어, 건강 관리가 더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